김민남/경북대 교수·교육혁신위원
왜냐면 |
다양한 학교에 다양한 교육을 |
‘일반지능’에 대한 맹신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한다. 통합교과형 논술이라는 게 따지면 일반지능을 본다는 것 아닌가. 일반지능에 대한 맹신이 개인과 국가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가로막는 문화적 기제임이 분명한데, 이 문화적 심각성에 대한 숙고 없이 지식기반형 사회의 엘리트를 어떻게 양성하려는가.
시험 성적을 중심에 둔 선발 방식이 공교육의 가치를 능가하면서 학교 교육은 성적 올리기 수업으로 축소되어 버렸다. 그것은 누구든 ‘하면 된다’의 과잉 의욕을 불러일으켰고, 당연히 학생들은 성적에 아주 예민하게 반응한다. 여유 있는 집안일수록 학교 수업이 아닌 다른 성적 올리기 방편을 구하게 될 터이다. 더욱 예민해진 성적을 그냥 두고 입시제도를 바꾸려 한다면, 성적 평가를 학교에 맡겼다가 학교 밖으로 끌어냈다가 하는 것 이외에 다른 어떤 대안이 있을 리 없다.
이 땅의 공교육을 사교육으로 변질시키고 자발적으로 교육과정을 파행 운영케 하면서 또 일제의 성적, 내신 제도를 계승한 채 공교육 살리기 논쟁을 하고 정책을 세웠으니, 결과적으로 그 논쟁과 정책은 사람들 사이에 알 수 없는 불안과 불신만 쌓는 쪽으로 귀결되었다. 이 지경이니, 선발을 대학 자율에 맡기는 당연한 원론을 두고, 이편저편이 갈라지는 균열을 목격한다. 대학 자율 선발은 계급적 문제가 되어버렸다.
목적과 성격을 달리하는 다양한 학교를 만드는 것이 오늘의 흐름이다. 그 목적과 성격에 따른 다양한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그리고 교육과정 목표에 따른 다양한 학력을 평가한다. 교육부는 교육과정을 정상 운영하는 학교 체제를 관리 행정하는 데 집중한다. 대학은 교육과정 목표에 따른 학생 평가를 기본 전형자료로 삼아 전공교실을 구성할 수 있는 학생의 포부, 학력, 적성, 흥미를 분류한다. 학교와 교사는 학력을 높일 수 있는 교육과정 전개에 무한책임을 진다. 그것을 먼저 받아들이고 나중에 여건을 주문한다. 이론의 여지 없이 명확한 교육문제인데, 그런데 교육문제를 뭐가 뭔지도 모를 만큼 복잡하게 만드는 자가 도대체 누구인가.
서울대는 ‘다양한 학교에 다양한 교육이 있게 하려는’ 민족적 숙원에 주의를 기울여 달라. 이 땅의 ‘최고의 교육기관’ 아닌가. 서울대는 본고사형 논술 여부에 국한시켜 입시안을 조금 수정하는 데 머물지 말라. 형태를 달리한 다양한 학교를 이 땅 구석구석에 세울 수 있도록, 거기서 대다수 아이들이 추구할 목표에 합당한 학력을 쌓을 수 있도록 이끌어 달라. 고민의 흔적이라고 할 만한 ‘지역 안배와 특기자 우대’는 형편이 괜찮은, 서울대를 노리는 약간명의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쪽으로 기능할 터인데, 그것은 조금 남아 있는 학교의 교육력을 더욱 죽이게 될 것이다.
서울대가 ‘일반지능’에 대한 맹신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한다. 통합교과형 논술이라는 게 따지면 일반지능을 본다는 것 아닌가. 일반지능에 대한 맹신이 개인과 국가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가로막는 문화적 기제임이 분명한데, 이 문화적 심각성에 대한 숙고 없이 지식기반형 사회의 엘리트를 어떻게 양성하려는가. 이 지점에서 ‘대학 자율’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덧붙여, 학교와 교사는 교육과정 정상운영과 목표에 따른 학생 평가에 대해서 절대 타협하지 말기를, 이것에 관해 평가받을 용의가 있음을 표명하라. 교육부는 공교육 정상화의 상식에 충실한 작지만 강력한 행정력을 구사함으로써 그 권위를 세워라. 시대를 앞지르는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문제, 교육과정 목표에 따른 학력평가의 문제는 남는다. 그러나 알게 모르게 문제 해결의 방안이 이미 다 나와 있다. 정책으로 정립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2008 입시안’은 아이들 간의 경쟁을 어른들(학교, 교사, 교육부, 대학) 간의 경쟁으로 전환시킬 때 완성된다. 이 완성을 통해 서울대는 교육제도의 아름다움을 살리는 이 땅의 지성임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김민남/경북대 교수·교육혁신위원
김민남/경북대 교수·교육혁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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