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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1.07 19:35 수정 : 2011.11.07 19:35

조대희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 경감
수사지휘에 관한 이의신청권은
‘수사기관이 은폐할 수 있는 진실을
수사기관 스스로 드러낼 장치’다

현재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과 관련하여 대부분의 언론이 ‘내사’에 초점을 맞추어 보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목을 끌지는 못했지만 기존에 없던 특이한 쟁점이 있는데, 바로 ‘검사의 수사지휘에 관한 경찰의 이의신청권 신설’ 문제다. 이 문제는 ‘검사의 수사지휘권은 과연 불가침의 영역인가?’라는 문제와 직결된다.

헌법 37조 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 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수사’는 본질적으로 국가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작용으로서, 헌법 정신에 따라 법률로 그 개념이 정의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그러나 법무부(검찰)는 ‘수사의 개념’을 대통령령에 제정(법무부안 2조)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수사지휘권’에 관한 내용은 대통령령에 규정할 수는 없고 ‘절차’만 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 법을 운용하는 대표기관으로서 이러한 해석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정말 이해할 수 없다. 한마디로 말해서 ‘수사지휘권이 수사의 개념보다 우위에 있다’는 주장인 것 같다.

이와 연계해서 법무부(검찰)는 대통령령에서 ‘수사지휘권’은 제한될 수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해 사법경찰관이 ‘이의신청’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과연 그럴까?

2004년 검찰은 검찰청법을 개정하면서 이른바 ‘검사동일체 원칙’(명령·복종관계)을 폐지하면서,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대한 이의제기권’을 신설하고(검찰청법 7조) 그 개정 이유에는 ‘검사의 직무상 독립성과 중립성 보장을 위해’라고 명시하였다.

그리고 2006년 경찰도 경찰법을 개정하여 ‘사건수사와 관련하여 상관의 지휘·감독에 대한 이의제기권’을 신설하고, 그 개정 이유를 ‘경찰공무원의 직무상 독립성과 공정성 제고’라고 명기하였다. 그리고 2011년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찰과 경찰의 명령·복종관계가 폐지’되고 ‘경찰의 수사 주체성’이 명시된 상황하에서 과거 검찰청법과 경찰법이 개정된 이유처럼 ‘사법경찰관의 수사 직무상 독립성과 중립성’을 위해 ‘검사의 수사지휘권에 대한 이의제기’는 어쩌면 당연히 수반되는 결과일 수밖에 없다.

검찰과 경찰이 내부 상하관계에서 부하직원의 ‘이의제기권’을 모두 인정하면서, 소속 기관도 다른 검찰과 경찰 사이에 이의제기를 부정한다는 것은 견제와 균형을 지향하는 민주사회의 취지에도 결코 부합하지 않으며, 이러한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또한 과거 검찰이 법원과의 갈등에 있어 ‘영장항고제 신설’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이유 가운데 하나도, 영장 발부에 대한 법원의 권한에 대한 검사의 이의신청이라도 받아달라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수사지휘에 대한 사법경찰관의 이의신청을 허락할 수 없다는 것은 자기모순일 수밖에 없다.

‘경찰의 이의제기가 존재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재판 단계에서 은폐될 수 있는 사실들이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수사기관에 의해 은폐될 수 있는 진실을 수사기관 스스로 드러낼 수 있는 제도적 보호장치’이다. 마치 검사가 사법경찰의 의해 은폐·암장될 수 있는 진실을 ‘수사지휘’라는 제도로 통제하듯, 사법경찰관도 검사의 수사지휘에 의해 은폐·암장될 수 있는 진실을 ‘이의제기’라는 제도로 통제해야, 상호 균형을 이룰 것이며, 이것이 곧 국민의 인권보호와 직결되는 것이다. 이것을 부인하는 검찰에게 ‘공익의 대표자’, ‘인권보호 기관’이라는 수식어는 허구에 불과하다.


검찰에서 ‘영장항고제 신설’을 주장할 때, ‘증거인멸·도주 우려라는 현재의 영장 발부 기준이 추상적이고 불명확해 영장항고제 도입을 통해 구속의 일반적인 기준을 형성할 필요성’을 근거로 제시하는 것처럼, 검경간의 ‘수사지휘 이의신청제도’를 통해 불명확하고 무정형적인 ‘검사의 수사지휘에 관한 일반적 기준’의 형성을 기대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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