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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15 20:19 수정 : 2005.07.15 20:21

교육이 공립학교 중심으로 이행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많은 나라들에는 시험이라는 것이 따로 없다. 학생들의 내신 성적, 봉사활동 경력, 학내 활동사항과 교사의 추천서만으로 대학입시가 이루어진다.

3년 안에 내가 가르치고 있는 학생 중에 죽는 이가 나올지 모른다. 대학 입학시험 결과 때문에 자살하는 학생이 50명에 이를 것이기 때문이다. 나로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대체 한국 학생들에게 무슨 일을 저지르고 있는 것인가?

서양에서 ‘시험’이라는 말은 모든 물건들이 동일하거나 불량품이라고 취급되는 새 공장에서 사용되는 말이었다. 산업사회에서 기업가들은 교대조가 끝났다는 종이 울릴 때까지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기계적인 작업과 실습 과정이 학교에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는 시험평가에 대해 한국이 꽤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사람들은 시험을 통해 지배계급에 봉사할 수 있는지를 평가받았고 그런 후에야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었다. 이 시험을 통해 관료들은 사회적 연줄이 아니라 능력에 의해 선택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들이 사회질서 유지에 기여했다. 결국 능력과 끈기를 가지고 교육받은 사람이 시험을 통해 사회적 지위를 갱신할 수 있었고, 기존체제의 일원이 되었다. 물론 세금을 징수하는 관리의 아들이 천민이나 거지가 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작인의 아들이 왕실 회계원이 될 수는 없었다. 시험을 제조하는 사람들은 지붕을 엮는 방법이나 무당의 굿놀이와 같은 것들을 물어보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문지기들의 질문은 기존 체제를 얼마나 원만하게 유지하고 보장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특정 사람들만이 이런 종류의 지식에 접근할 수 있었다.

오늘 변화된 것은 무엇인가? 가령 계급이 여럿으로 분산된 변화가 있다. 지배계급은 지금 ‘재벌’이라는 높은 권좌에 앉아 있다. 재벌의 고위 인사들은 정부와 대학과 언론을 관리하고 있다. 과거의 소작인들은 오늘날 대부분 공장에서 일하거나 개인 식당이나 가게를 운영한다. 그러나 지방에서 작은 철물점을 운영하는 한 부부의 아들, 딸이 높은 관리직으로 가기에는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문지기들은 그들을 쉽사리 용납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문지기의 역할을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을까? 한 가지 방법은 간단하게 ‘문’을 개방하는 것이다. 즉 무상의, 풍부한 대학 교육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스리랑카는 교육에 투자하는 국민총소득이 한국에 비해 훨씬 못 미치지만 대학교육은 무상이다. 교복이나 급식, 교과서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계속 선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대학입시의 ‘문’을 재정비해야 한다. 즉 점층적인 노력을 강화하여 교육이 공립학교 중심으로 이행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많은 나라들에는 시험이라는 것이 따로 없다. 학생들의 내신 성적, 봉사활동 경력, 학내 활동사항과 교사의 추천서만으로 대학입시가 이루어진다. 물론 이 모든 일들은 정치인들의 선거운동 기금을 조성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립학교라는 소영지에 극적 변화가 있을 때 가능할 것이다.

또한 우리는 문지기들의 옷을 벗겨야 할 것이다. 만일 누군가가 한국 문학에 대해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그는 정말로 영어나 수학, 유기화학 같은 분야를 공부할 필요가 없다. 개인 과외나 학원 같은 기생충적인 사교육을 없애자! SAT와 같이 언어적인 사고나 어휘력을 측정대상으로 삼아, 읽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비전문적인 지식을 평가대상으로 삼자.

젊은이들을 교육하는 것은 기득권을 섬기고 복종하고 시키는 대로 훈련시키는 것이 아닌 그 이상이 되어야 한다. 한국이 하는 방식으로 젊은이들을 다루는 사회는 있을 수 없다.

제이슨 토머스/교사, 전교조 인천지부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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