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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0.28 19:51 수정 : 2011.10.28 19:51

이윤배 조선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제도나 운영상에 문제가 있다면
각 대학 형편에 맞는 절충안을 찾는 게
직선제 폐지보다는 현명한 선택이다

교육대학 구조조정과 함께 핫이슈로 등장한 총장 직선제 폐지가 교육과학기술부의 채찍을 견디다 못해 결국 해당 교육대학들이 총장 직선제 폐지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다. 그런데 대통령 직선제와 대학 총장 직선제를 비교한다면, 물론 두 선거의 궤가 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대통령 직선제는 천문학적인 선거 비용·시간·인력이 소모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남북으로 갈린 것도 모자라 선거 때마다 동서로 편을 가르고 학연·지연·혈연 등으로 얽히고설켜 문제점을 지적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이처럼 대통령 직선제가 문제점이 많으니 폐지하고 간선제로 전환하여 체육관에서 뽑거나 국회에서 선출하자고 한다면 국민들이 과연 납득하고 수긍할까?

이런 까닭에 왜 1987년부터 총장 직선제를 각 대학에서 도입할 수밖에 없었는지 먼저 냉정히 따져 봐야 한다. 당시 총장 직선제는 지난날 정실과 파행으로 얼룩진 대학의 명예와 권위를 회복하고자 하는 상징으로 출발하였다. 다시 말해서 총장의 권위를 보호하고 대학 발전을 도모해 보고자 하는 최소한의 선택이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대학 총장을 법인의 얼굴마담쯤으로, 교육 사업을 육영 사업이 아닌 수익 사업으로 인식하고 온갖 부정 비리를 저지르며 비민주적이고 독선적인 법인이 엄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들이 정상적인 경영을 하고 발전하길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사학 법인에 의해 일방적으로 임명된 총장들은 임명권자의 충실한 시녀로서 대학 경영을 정상적으로 하기보다는 온갖 파행을 일삼아 더 많은 문제점을 야기한 사실을 우리는 불행히도 과거에 충분히 목격했고, 지금도 목격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실을 빤히 알면서도 교과부가 나서서 다시금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도록 당근과 채찍으로 회유하는 것은 마지막 한 가닥 남은 대학인의 자존심을 짓밟는 치졸한 음모일 뿐이다. 교과부의 이런 횡포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까닭에 ‘교과부가 없어져야 교육이 산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그렇다고 총장 직선제가 문제점이 전혀 없다는 말은 아니다. 총장 직선제 폐지론자들은 총장 선거 때마다 학연, 지연, 그리고 파당 등으로 대학 구성원들이 사분오열되고, 선거 뒤 후유증이 반목과 갈등으로 남아 대학 발전의 걸림돌이 되는가 하면, 경우에 따라서는 사회와 언론으로부터 비판의 표적이 되어 오히려 총장의 지도력 약화를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한 표피적인 이유에 불과하다면 지나친 편견일까.

그동안 직선제 총장들은 스스로의 선거 공약을 통해 대학의 비전을 제시해 대학 구성원들의 동참을 유도하고 대학이 한걸음 더 발전할 수 있는 초석을 쌓아 왔다. 그리고 교수들의 지지를 받은 구성원으로 대학 경영을 수행함으로써 법인이나 이사진의 파행적이고 독선적인 경영 관행에 견제와 제동의 파수꾼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왔음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실시된 총장 직선제의 기여도 역시 대학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총장 직선제는 전체적으로 실보다는 득이 많은 제도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제도나 운영상에 문제가 있다면 제도를 개선하거나 운영상의 문제점을 보완하면 될 일이다. 다시 말해서 제도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각 대학의 형편에 부합되는 절충안 마련으로 대학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총장 직선제 폐지보다는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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