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10.28 19:47
수정 : 2011.10.28 19:47
김별 대전시 유성구 구성동
한국인들의 반응을 묻는 ‘알리’에게
모두 너희를 응원한다고 ‘거짓말’한 뒤
재빨리 로그아웃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킴. 이번 사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지난여름 요르단으로 봉사활동을 갔을 때 만난 팔레스타인 친구 ‘알리’가 며칠 전 오랜만에 내게 말을 걸었다. 전 국민의 70%가 팔레스타인 사람인 요르단에서 몇주 머물다 보니, 나는 팔자에 없을 것 같았던 팔레스타인 친구들을 여럿 사귈 수 있었는데 알리는 그중 한명이었다. 그동안은 종종 페이스북을 통해 안부만 주고받는 사이였던 그가 갑자기 이런 질문을 던지자 나는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학교가 개강한 뒤로 바쁘다는 핑계로 신문 국제면을 들여다본 지가 꽤 되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가 말하는 ‘이번 사태’가 무엇인지조차도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결국 부끄러움을 무릅쓴 채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되묻자, 잠시 아쉬운 반응을 보이던 그는 친절히 ‘이번 사태’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유엔 정회원국 가입을 위해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상임 이사국인 미국의 반대로 그들의 노력이 물거품이 돼버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르단 내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물론이고 주변 아랍 국가들에서까지 시위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상황을 전해 듣고 나서야 지구 반대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윤곽이 잡히는 듯했다. 나는 좀더 자세한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 뉴스 사이트를 뒤져보기 시작했다.
현재 팔레스타인의 상황이 잘 요약된 기사 몇개와 칼럼 몇개를 찾을 수 있었다. 그것들을 정독한 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 궁금해 스크롤바를 내려 댓글들을 확인한 순간 나는 뜨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단 2~3개의 팔레스타인 응원 댓글과 수많은 광고성 댓글들만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댓글들은 나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들이 이번 사태에 대해서 얼마나 관심이 없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듯했다. 팔레스타인 사태 말고도, 시리아에서 일어나는 반정부 시위나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테러 등을 다룬 기사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들은 아니지만 우리가 속한 아시아의, 더 넓게는 세계의 평화가 깨지고 있는데도 우리 국민들은 무관심했던 것이다.
예쁘장한 아이돌 가수의 기사에는 수백~수천개의 댓글이 달리고 실시간 조회 랭킹에 들어가는 반면에 이렇게 중요한 국제 이슈 기사에는 단 2~3개의 댓글만이 달리고 있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특히 내 나이 또래의 젊은이들이 국제 이슈들에 대해서 얼마나 무관심한지 다시 한번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국제 이슈들은 각종 면접 대비를 위한 단순한 시사상식이 아니다. 글로벌 리더를 꿈꾸는 젊은 청춘으로서, 지구촌의 한 구성원으로서 우리가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다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인 것이다.
결국 나는 한국 국민들의 반응을 묻는 알리에게 우리나라 국민들 모두 관심을 갖고 너희를 응원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한 뒤 부끄러움에 재빨리 로그아웃을 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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