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강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정발산동
“할머니, 저 보건소 담당 직원입니다. 저희 부서가 없어져서 앞으로 약을 보건소에 나와서 돈 내고 타가셔야 할 거예요.” 일하다 말고 이런 전화를 받았습니다. “왜요?” “예산이 없답니다.” “다른 이유가 아니구요?” “네, 죄송합니다.” 그렇게 전화는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그동안 고마웠다는 말도 못하고 말았습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청 보건소에는 혼자 사는 노인을 집으로 찾아와 건강체크도 해주고 무료로 처방해서 약도 주었습니다. 그 부서가 없어졌다는 통보입니다. 나같이 혼자 사는 노인들은 참 고마웠습니다. 일을 하는 나는 시간이 되지 않아 두달에 한번 혈압약을 받고 혈압도 정확하게 재볼 수 있어서 도움이 컸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웬만큼 아파서는 늙어서 그러려니 하고, 또는 돈과 시간이 들 생각에 병원에 안 가게 되거든요. 그런데 나라에서 보살펴주니 효자를 만난 것처럼 살갑고 고마웠는데, 없어졌다니 서운하기 그지없습니다.혜택을 받는 처지에서 무슨 할 말이 있을까마는 한편 서운함을 속일 수 없어요. 신문에서는 나눔의 장을 펼치는데, 행정에서는 펼치던 장도 거둬들이는 것인가. 어느 해 캐나다에 사는 동생이 한 말이 떠오릅니다. 이민을 가서 그곳에서 들은 이야기랍니다. 어느 목사가 한 집을 찾아가 한달에 얼마씩 당신을 돕겠다면서 달라고 하지도 않은 돈을 꼬박 2년 동안 주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목사가 오지 않는 것을 알았답니다. 그런데 그 목사가 다른 집으로 들어가더랍니다. 달려가 목사님, 왜 우리 집을 놔두고 다른 집으로 가느냐고 했답니다. 목사가 무슨 대답을 했는지 알 수는 없는데, 그 사람은 집에 돌아와 자기가 받을 것을 못 받는다는 억울한 심정으로 목사에게 원망을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지금 제가 그런 심정인가, 돌아봅니다. 무엇을 못 줄여서 의지할 수 없는 노인의 약값을 삭감했을까. 물론 간호사들의 일자리도 줄였을 것이니 그들은 또 어디로 갔을까….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