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10.17 19:25
수정 : 2011.10.17 19:25
김태욱 인천 다사랑약국 약국장
일반의약품의 약국외 판매가
결정되기도 전 혼란상이 연출되는데
정식 판매된다면 어찌 감당하려는지
의약품은 질병의 치료·처치·경감·진단에 사용하는 것으로 의료기구나 위생용품 등이 아닌 것을 말한다. 약은 질병을 치료하기도 하지만 유해반응(부작용) 등 독성도 가지고 있다. 즉 약은 잘못 쓰면 독이 된다.
우리나라는 현재 6년제의 약학전문대학원을 운영하여 질병의 효과적 약물치료(약료)에 대한 임상적 적응능력을 강화하는 수준 높은 학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좀더 전문적인 서비스를 강화함으로써 질병 치료의 효율성을 높임과 아울러 이로 인한 역효과를 사전에 충분히 막도록 하자는 것이 그 취지이다.
그런데 정부는 편의성만을 앞세워 국민을 의약품 안전성의 사각지대로 몰고 있는 어이없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복지부가 추진하고 있는 해열진통제·감기약의 약국외 판매, 즉 슈퍼마켓(마트·편의점) 판매가 이루어졌을 때의 상황을 외국의 예와 우리나라의 상황을 종합해 알아보기로 하자.
추진론자들이 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의 경우 공공의료보험의 불모지대로, 이를 보완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약국외 판매를 시행하고 있으나 이로 인한 폐해가 극심하여 의사단체에서조차 빨리 이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형편이다. 대표적 슈퍼판매 의약품인 타이레놀로 인한 응급환자가 미국에서는 연간 5만6000명에 이르고, 영국에서는 연간 7만명이 약물사고를 겪고 2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미국에서 청소년의 5.3%(310만명)가 약물중독에 시달리고 있다. 약사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타이레놀로 1년에 2200건의 유해반응이 보고되고, 아스피린의 경우도 3년 동안에 1700건의 예가 보고되었다.
그러면 약국외 판매가 시행에 들어갔을 때 취급업소인 대형마트·편의점·슈퍼마켓에서는 이들 의약품이 적절하게 관리될 수 있을까? 우선 걱정이 앞선다. 인천시약사회에서 최근 슈퍼마켓·마트·편의점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들은 취급 품목조차 구분을 못하고 일반의약품을 의약외품으로 오인하고 버젓이 진열·판매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약국에서도 금지된 개봉(낱알) 판매까지 행하고 있으며 이 약 저 약을 소분·조합해 사실상의 조제 행위까지 하고 있다. 시행 추진중인 자유판매 의약품 말고 이미 의약외품으로 변경지정돼 시판에 들어간 품목은 까스명수, 마데카솔연고, 박카스에프(F)인데 실제로는 각 슈퍼마다 의약품인 까스활명수, 마데카솔케어연고, 박카스디(D)를 진열해 놓고 판매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의약품이 벌건 대낮에 엄연히 약국 밖에서 판매되고 있는데도 당국은 나 몰라라 하고 방치하고 있으니 참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앞으로도 이들 의약품에 대한 관리 행태와 당국의 감독이 얼마나 부실하겠는가를 이미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청소년의 약물중독과 남용 문제도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진통제·감기약 등은 대량 복용했을 때 환각제의 대용으로 충분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일반의약품의 약국외 판매가 결정되기도 전에 엄청난 혼란상이 연출되고 있는데 앞으로 정식으로 판매된다면 그 혼란을 어찌 감당하려는지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정권은 대형마트를 무척 사랑하나 보다. 광고가 부족한 종합편성채널(종편)을 너무 편애하는 것 같다. 의약품은 광고가 아니라 전문가인 약사의 지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의약품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이리저리 함부로 자리를 바꿀 그런 만만한 물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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