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정 원코리아 페스티벌 실행위원회 부위원장
문득 올려다본 가을 하늘이 참 푸르고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런 예쁜 하늘을 바라보며 나는 왠지 가슴이 답답해지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뭉클하게 밀려오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몇 시간 전에 지인과 나눈 전화통화 때문일 것이다. 오는 23일, 일본 오사카성 태양의 광장에선 원코리아 페스티벌이 열린다. 십시일반 도와주시는 분들의 협조와 광고비 협찬으로 어렵게 행사를 꾸려오면서도 27년 동안 한해도 거르지 않고 열어온 원코리아 페스티벌. 입장료는 무료이고 실행위원은 모두가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올해 처음으로 함께하게 된 자원봉사자가 무료행사를 준비하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걸 보고 스스로 광고비를 모아보겠다고 여기저기 부탁을 한 모양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원코리아 페스티벌은 (조)총련과 빨갱이들이 하는 것이니 절대로 도와주어서는 안 된다고 했단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며 기운이 쭉 빠졌다. 억울했다. 마음이 아팠다. ‘또 시작됐구나, 자기 편이 아니면 모두 적으로 몰고 가고 싶은 사람들의 악의에 찬 엉터리 소문들이’ 하고 생각했다. 나는 일본 땅에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살고 있고, 조국이 더욱 발전하고 평화롭게 하나가 되기를 꿈꾸며 미력하나마 페스티벌의 부위원장을 맡아 이 행사를 이끌고 있다. 원코리아 페스티벌은 일본에서 살고 있는 재일동포 입장에서 하나 된 조국에 대한 비전을 호소하며 1985년에 광복 40돌을 계기로 시작된 이래, 매년 해를 거듭하여 올해로 27회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동안 일본 땅에서조차도 하나가 되지 못하고 반목과 갈등을 겪고 있는 재일 코리안의 화합을 위해 애써왔다. 재일 코리안이 먼저 화합하여 원코리아의 실현에 공헌하고, 그런 모습이 남과 북에도 좋은 영향을 끼쳐 궁극적으로는 평화롭고 창조적인 아시아 공동체를 지향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원코리아라는 이름 때문에 정치적으로 비치고 오해도 많이 받았지만 이제는 그 뜻을 이해해주고 함께해주는 사람들이 국내외로 점점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적·종교적 벽을 뛰어넘고자 여러 계층에 계신 훌륭하신 분들을 모시고 올 6월에는 한국에서 후원회 모임도 열었고, 재정적 어려움으로 무대를 만들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으신 분들이 모금도 해주셔서 지난해처럼 다시 무대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지난해에 비하면 상황이 아주 많이 좋아진 셈이다. 특히 올해는 오사카 민단 단장님도 후원과 축사를 해주시고 재일동포 1세 기업가로 크게 성공한 마루한의 회장님도 함께해주셔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이번 행사에는 한국에 우호적인 일본인들이 자원봉사자로 많이 참가하고 있으며, 다문화 공생이란 큰 틀에서 함께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지진으로 오사카에 피난 와 있는 여성들과 어린이들을 초청하여 식권을 제공하고 즐거운 한때를 함께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코리안들이 일본 땅에서 많은 차별과 어려움을 겪었지만 우리는 인도적인 차원에서,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에게 먼저 베풀고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그러한 마음들이 진정 코리아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본자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내가 싫다는 이유만으로 근거도 없이 남을 모함하고, 괴롭히고, 상대방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가는 사람들, 부자들이 함께 나누고 대기업이 기부했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의심하려 들고 꼬투리를 잡으려고 하는 사람들, 좀더 너그럽게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려는 마음들을 가졌으면 좋겠다. 나에겐 원코리아 페스티벌을 통해서 희망적이고 밝은 모습의 재일동포 이미지를 전달하고 싶은 꿈이 있다. 아직도 일본 땅 여기저기 남아 있는 식민주의와 냉전의 역사로 고통받고 있는 재일동포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면서, 재일동포라면 한국말을 잘 못하는 ‘반 쪽발이’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지금의 대한민국의 발전에는 민단 분들의 정성 어린 기여가 적지 않았고, 일본 땅에 학교를 세우고 우리말을 지키고자 노력했던 사람들 중에는 총련계 사람들도 적지 않게 있었으며, 또한 일본이 경제대국으로 발전하는 데에도 우리 재일동포들이 크게 기여했다고.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인정받지 못하고 늘 힘겹게 쟁취하며 살아가야 하는 동포들의 피나는 노력과 불굴의 의지가 있었기에 지금 세계에서 코리아가 빛날 수 있는 것이고 또 앞으로도 마음껏 빛나리라고 나는 믿고 있다. 그러한 심정으로 원코리아 페스티벌과 함께해온 것이다. 그러니 이제 제발 근거도 없는 소문을 퍼뜨리며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을 괴롭히지 말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직접 참여해서 같이 해보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실행위원회는 언제나 열려 있고 좋은 의견을 기다리고 있으니까. 설마 자기가 참여하는 행사를 빨갱이들과 총련이 하는 행사라고 싸잡아 말하진 않으리라. 앞으로는 재일동포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좀더 따뜻한 관심과 사랑으로 같이 참여해서 만들어 가는 원코리아 페스티벌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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