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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0.03 19:47 수정 : 2011.10.03 19:47

김동환 서울시 서초구 방배3동

‘예술의 전당’이 보이지가 않습니다. 서울 서초동 우면산 자락에 있던 그 ‘예술의 전당’이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보이지가 않습니다. 지도에도, 거리의 안내판에도 있다고는 되어 있는데 그곳에 가면 ‘예술의 전당’은 보이지 않고 대신 ‘Seoul Arts Center’라는 것이 들어서 있습니다. 어두운 밤에 차를 타고 그 앞을 지나다 보면 이를 더욱 분명히 확인하게 됩니다. ‘Seoul Arts Center’라는 아크릴 간판만 크고 선명하게 불을 밝히고 있으니까요. 우리에게 그리 낯익고 정다웠던 ‘예술의 전당’이란 이름은 아예 서울 땅에서 사라지고 만 것인가요?

올해 벌써 565돌의 한글날을 맞고 있지만 최근에 와서 우리의 한글이 날로 발전되기보다는 점점 더 쇠잔해지는 듯해 걱정입니다. 젊은이들 사이에 이상한 말들이 새로 만들어져 한글이 뒤틀리고 오염되는 것은 그래도 애교로 봐줄 수 있습니다. 그래도 한글 철자나마 사용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외국어, 특히 영어 알파벳이 한글 사용을 대체하는 현상 같습니다.

젊은이들이 많이 다니는 강남역 근방이나 부유층이 많이 산다는 동네를 가보면 여기가 대한민국인지 미국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리의 상호가 거의 전부 영어 알파벳으로 뒤덮여 있으니까요. SK, POSCO, LG, KT, STX, GS 등 한다 하는 대기업부터 시작해 조그만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은 기업들이 상호를 영어 알파벳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그래도 민간 부문의 이런 행태는 장삿속으로 하는 것이니 이해하고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그런 특별한 목적도, 그럴 만한 이유도 없이 오히려 더 그런 짓을 벌려대는 공공 부문에 있습니다. ‘예술의 전당’이 사라지고 ‘Seoul Arts Center’가 들어선 것이 그 단적인 예입니다. 어디 이뿐인가요?

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 KDB산업은행은 지금 광고하는 것으로 보아 일정 기간 뒤 그냥 영어 이니셜만 쓸 계획인 것 같습니다. 우리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은 그냥 한글 상호만으로도 영업을 잘하고 있는데 왜 공공성이 더 크다는 은행들이 앞서 이런 짓을 할까요? 서울시 산하에 SH공사가 있어 무엇을 하는 기관인가 의아해했더니 정부 산하기관인 토지주택공사가 LH공사란 새 이름을 지어 뒤를 따라가고 있으며 철도공사도 언젠가부터 아예 KORAIL이라는 영어 이름을 쓰고 있습니다.

몇년 전 이 정권 초기에 영어 몰입교육에 대해 논란이 많았던 것이 기억납니다. 영어 몰입교육 주장이 이러자고 하는 것은 분명 아니었으리라 믿습니다. 이제라도 공공 부문에서부터라도 영어의 무분별한 사용을 자제하도록 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그래서 잃어버린 ‘예술의 전당’을 하루빨리 다시 찾아올 수는 없을까요?

이러다 언젠가는 우리 역사교과서에마저 한글의 제정자를 ‘세종대왕’이 아니라 ‘King Sejong’이라 표기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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