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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9.26 19:24 수정 : 2011.09.26 19:24

배규창 전국전력노동조합 경기전력지부장

‘전력 분야의 사우디아라비아’라고 부르는 나라가 있었다. 한때 풍부하고 값싼 수력발전으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로부터 동경과 부러움을 샀던 나라, 바로 브라질 이야기이다. 2000년까지 국가 전력의 90%가 수력발전으로 이루어졌고, 강우량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서 5년 동안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충분한 양의 수자원이 저장되었으며, 또한 전력 시스템은 전력수요 증가를 미리 예상하고 시뮬레이션 모델들이 5% 이상의 전력 부족이 예상되면 여분의 수력발전 건설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정교한 계획 시스템을 만들었다. 따라서 이 나라는 5년 동안 비가 한 방울도 오지 않아도 전 국가의 전력 90%를 수력으로 공급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2001년 수십년 동안 잘 유지돼 오던 이 시스템이 붕괴되었다. 전력산업 구조개편과 민영화로 인해 심각한 전력 부족에 직면하여 경제적·사회적 분열의 원인이 되는 전력할당제를 실시해야만 했다. 이로 인해 주택용 전력가격은 치솟았고, 브라질 옛 수도인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전력가격은 무려 400%가 올랐으며, 전력 부문 노동자들의 40%가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2001년 4월 대한민국, 외환위기 극복을 빌미로 한국전력의 42개 발전소가 5개의 화력발전회사와 1개 수력원자력회사, 전력거래소 등 8개의 조직으로 분할되었다. 전력산업의 특징을 무시한 일방적 구조개편을 단행하였던 것이다. 그 결과 전체 전력산업에서의 관리비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였고, 발전연료 또한 고비용·비효율적 구매로 매년 회사는 만성적자에 허덕이고, 전력계통은 전력거래소에서 관리되면서 늘 불안하게 운용되고 있었다.

다른 에너지와 달리 전기는 실시간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져야 하기에, 남거나 부족할 때 설비 고장으로 인한 광역정전 등 문제가 야기된다. 따라서 전력산업은 규제가 강화되고, 수직통합(한전과 발전회사 그리고 전력거래소 등)일 때 가장 효율적이고 안전하다.

2011년 9월15일 발생한 대정전은 현 전력산업 구조 아래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며, 25년간 현장을 지켜온 전기기술자의 한 사람으로 판단컨대 늘 대한민국 전체가 동시에 암흑의 세계로 빠져드는 ‘블랙아웃’(black out)이 상존할 수밖에 없다고 확신한다.

지금까지 전력산업 구조개편 10년의 결과와 기존에 전력산업 구조개편으로 인한 대규모 정전 등을 겪은 영미권 국가들, 브라질 등의 예를 보더라도 이제는 한전과 발전회사의 재통합이 이루어져야 하며 전력거래소의 중앙급전기능(SO)은 한전으로 반드시 이관되어야 한다.

수년간 정부와 공무원들은 본인들이 잘못 시행한 정책에 대한 ‘정책훼손’이라는 작은 자존심을 내세워 전력산업을 방치해 왔다. 그러나 그 작은 자존심으로 인하여 또다시 대한민국 전체를 암흑으로 몰아넣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정책을 다루는 정부의 고위 공직자들은 빛이 없는 어둠을 좋아하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전기가 밝혀주는 밝은 세상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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