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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9.21 19:35 수정 : 2011.09.21 19:35

김창수 통일맞이 집행위원
남북이 함께 경제 이익을 누리게 되면
북이 가스관을 담보로 남을 협박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에 그칠 것이다

천연가스는 우리 에너지 구조에서 석탄, 석유에 이어 비중이 3위이다. 앞으로 천연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수요는 늘어나는데 천연가스 도입 환경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천연가스 주요 공급원인 중동지역의 정세는 불안정하다. 독일은 원자력발전소 폐쇄정책 때문에 천연가스 수요를 늘리고 있다. 일본도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화력발전소 가동을 위해 천연가스를 도입하고 있다. 앞으로 2~3년 사이에 우리는 천연가스에 대한 재계약을 해야 한다. 천연가스에 대한 국제적인 수요 증가는 당연히 가격 상승을 가져올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중동국가들은 우리에게 미국 등에 비해서 비싼 가격으로 천연가스를 판매해왔다. 우리에게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할린 천연가스를 북한을 경유하여 남한에 공급하는 방안이 구체적인 진전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북한과 러시아 정상회담에서 북한 경유가 합의되었고, 9월8일에는 사할린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1400㎞의 가스관이 완공되었다. 이 가스관은 러시아 동부 개발과 한국·일본으로의 가스 공급을 위해 푸틴 러시아 총리가 대통령 시절부터 추진해온 그의 야심작이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한을 경유하여 파이프라인 천연가스(PNG)를 도입하면 중동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배로 운반하는 것에 비해 비용이 4분의 1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는 중동과 동남아에서 천연가스의 90%를 수입하고 있다. 이런 편중된 수입구조가 우리의 에너지 안보의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 사할린 등으로 도입선을 다변화하는 것이 해답이다.

하지만 사할린 천연가스가 북한을 통과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런 우려는 역설적이게도 남북 대치 상황이 우리에게 어떤 경제적 손실을 주고 있는가, 화해협력정책이 어떤 이익을 줄 것인가를 입증해주고 있다.

북한을 경유하는 사할린 천연가스 도입은 제조업의 생산단가를 인하하며 도시가스 가격을 낮추는 등 경제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이런 효과를 기대한다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가스관 사업을 남북대화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남북대화가 단절된 상태에선 초기에는 러시아를 매개로 해서 남한과 러시아, 북한과 러시아라는 두가지 차원의 대화창구가 불가피하다. 이런 이원적인 대화창구는 북한과 러시아가 더 강한 책임을 지게 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지금의 이원적인 대화창구는 앞으로 ‘남북종단 파이프라인 건설’과 ‘남북대화’가 서로 도움을 주는 선순환구조를 만들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 내야 한다. 남북대화에 의해 천연가스관 북한 통과를 뒷받침하는 것이 가장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북한은 사할린 가스관 한반도 종단 컨소시엄에는 참가하지 않는다. 가스관 통과에 대한 수익만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가스관 통과비용 지불방식과 북한의 천연가스 수요에 따라서 북한에 천연가스를 공급하게 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통과비용을 천연가스로 지불하고 북한의 화력발전소 연료를 천연가스로 대체할 경우 북한은 지속적으로 천연가스를 필요로 하게 된다. 50만㎾의 평양 화력발전소는 에너지 효율이 낮고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한다. 가령 평양 화력발전소의 연료를 천연가스로 대체할 경우 북한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며 동시에 교토의정서의 청정개발체제(CDM)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분을 거래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자연스럽게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남북협력 사업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 우리도 국제사회로부터 온실가스 감축 압력을 받고 있는 상태이므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른바 남북관계의 상생발전이다.

천연가스 확보라는 우리의 이익을 추구하면서 그 이익을 북한과 나누게 된다면 북한이 가스관을 담보로 남한을 협박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에 그치게 될 것이다. 가스공급 중단이 북한에 주는 피해가 더 크기 때문이다. 이익을 우리가 독점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이다.

가스관이 미사일 발사기지와 지하 군사시설이 밀집한 함경도와 비무장지대를 통과하는 것은 북한에도 불안 요인이 된다. 남북한의 우려를 생산적으로 전환한다면 가스관 통과는 또다른 한반도의 미래를 만들 수 있다. 이렇게 국가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고 또 이를 보호하는 것이 현대적인 안보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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