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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9.16 19:35 수정 : 2011.09.16 19:35

김승만 조선대 기초교육대학 교수

서울 사직동과 경복궁, 삼청동에 늦더위가 찾아왔다. 예기치 않게 찾아온 더위에도 자연의 색깔들은 가을을 인지하고 계절에 맞는 의복들을 준비하고 있다. 동숭동 대학로 주변에 있는 플라타너스들도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기 위해 오후 늦게 떨어지는 일광의 한 조각까지도 부지런히 잡아내며 영양분을 몸속에 축적하고 있다. 혜화동 혜화여고 근처의 단정한 일층집 벽에 자리잡은 담쟁이도 가을과 이어져 오는 겨울을 맞기 위해 부산스럽게 계절을 준비하고 있다. 가을은 부산스럽다. 서울 시민이 휴식하는 공간 보라매공원의 정원수에도, 여의도공원의 키 큰 소나무에도 자신의 색은 존재한다. 노란색, 빨간색, 일년 내내 변하지 않는 푸른색, 보라색, 가운데 검은 반점이 있는 노랗고 빨간 활엽수의 색깔들, 이 모두가 자신의 진면목을 누구의 시선에도 억압받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해내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우리가 집의 정원과 공원, 거리에서 볼 수 있었던 나무들의 색깔에 대해서 “나는 푸른색이 좋아, 왜 노란색을 띠는 거야”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너의 색깔을 당장 푸른색으로 바꾸렴’ 하고 강제하거나, ‘내가 좋아하는 색으로 바꾸지 않겠다면 세종로와 종로, 창덕궁의 은밀한 화원으로부터 퇴출이야’라고 말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어떤 개인이나 조직의 힘에 의해서 서울시의 모든 거리와 공원, 아파트의 창문에 올려진 넝쿨 식물에 이르기까지 단일한 색으로 통일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며 시민의 감성과 행복을 증진하는 데에는 매우 무의미한 노력이 될 것이다.

요즘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사안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입장은 ‘여의도 공원에 있는 초목들은 소나무 색깔로 통일하지 않으면 이 공원으로 들어올 수 없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천안함 발언을 보면 조용환 후보자의 대북관이 매우 의심스럽다”는 어느 당 원내대변인의 발언은 대한민국 사법부와 검찰 조직에 소속된 모든 사람들이 정부·여당의 시각과 일치할 때만이 상급 기관으로 중용될 수 있다고 압력을 가하는 것으로 들리기까지 한다. 사법부에 소속된 판사와 검찰 조직에서 활동중인 검사들의 모든 생각들이 하나의 사안에 대한 ‘단일한 시각’으로 통일될 수는 없다. 하나의 사안에 대해서 사법부와 검찰 조직의 모든 구성원의 의견 역시 자연의 초목이 가을이 깊어감에 따라 다양한 색깔로 사람들의 정서를 풍부하게 만들어주듯이 여러 층위에서 자신의 관점을 자유롭게 토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어느 당 원내대변인의 말처럼 조 후보자의 의견이 그 당의 시각과 다르다 한다면, 그것은 우리 사법부와 검찰 조직이 자유롭게 자신의 정견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그것을 일상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 역시 허용되고 있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후보자인 조 후보자에 대한 설왕설래가 어떠한 결론을 맺든 간에 그의 발언을 통해 우리는 사법부와 검찰에서 자유로운 의사표현과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으며 이것이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좀더 폭넓게 보장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희망의 빛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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