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9.14 19:29
수정 : 2011.09.14 19:29
최형규 경기도 수원시 유신고 교사
영화 <통증>의 남자 주인공인 권상우는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맞아도 아픔을 못 느끼는 고통은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다. 그 고통은 가족과 주변의 지인들을 고통스럽게 한다. 다른 이야기지만, 만약 정치인이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 고통은 누가 느끼게 될까? 정치인들이 국민들의 질책과 비판과 곧은 소리를 느끼지 못한다면, 그 고통은 결국 그들을 가엾게(?) 여기는 국민들의 몫이다. 통증은 못 느껴도 상처는 남는 법인데 그들은 상처도 찾아보기 힘들다.
얼마 전 한 국회의원의 제명 해프닝을 보면서 통증도 못 느끼고 상처도 생기지 않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제명을 결정하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전 국회의장이 ‘죄 없는 자 돌을 던져라’라고 일갈하고 뜨거운 동료(직업)의식에 따라 제명안이 부결되는 모습은 우리 국회의 현실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원래 똥통에 들어갈 때 심하게 나는 냄새도 시간이 좀 지나면 사라지게 된다. 물론 더러움과 냄새는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그것에 익숙해질 뿐이다. 국회는 똥통이다. 그 똥통이 얼마나 더럽고 냄새나는지를 국회 밖 모두가 아는데 그 안에 있는 분들은 모른다. 아예 더러움과 냄새를 느끼지 못하니 그들에게 변화를 기대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현대 민주정치는 정당정치다. 국회를 중심으로 국민을 대변하고 민주주의가 실현된다. 그러나 요즘 ‘안철수 신드롬’을 보면서 우리나라 정당정치가 얼마나 허약한지를 새삼 느낀다.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의 안철수씨가 서울시장 후보를 박원순씨에게 양보하는 모습은 통쾌한 정치적 반전이다. 그래서 더 신선하고 국민들의 기대가 커지는 것 같다. 불감증에 걸린 기존의 정치인들에게, 똥통에 빠져 냄새도 못 맡고 있는 국회에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그대로 보여준 쾌거이다. 기존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유쾌한 반전 드라마에 기름을 붓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드라마가 내년까지 시리즈로 나갈 거라는 사실이다. 그동안 좋든 싫든 기존의 틀에서 고민해야 하는 국민들에겐 새판이, 새 부대가 필요하다. 내년에는 똥통을 뒤집어 버려 그곳이 얼마나 더럽고 추잡하고 냄새나는 곳이었는지 그 안에 계신 분들이 밖에서 느끼도록 치유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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