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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9.05 19:24 수정 : 2011.09.05 19:24

김규종 경북대 노어노문학과 교수

겨울올림픽·월드컵과 더불어 세계 3대 스포츠제전으로 불리는 제13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막을 내렸다. 202개국에서 1945명의 선수가 참가하여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 대회였다. 그러나 단 하나의 세계신기록 수립이 보여주는 것처럼 스타들의 기록 부진과 대대적인 몰락이 속출한 대회였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남긴 몇 가지 문제점을 생각해 본다.

우선, 지방자치단체들이 세계대회에 왜 그토록 애면글면하는가의 문제다. 서울올림픽과 한·일월드컵 유치 이후 대구시는 육상선수권대회 유치에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대구시는 천문학적인 경제 창출 효과, 대한민국과 대구의 이미지 제고를 내세웠다. 대구경북연구원은 육상선수권대회의 생산 유발 효과가 5조5400억여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2조3174억원이라 분석했다. 엄청난 경제 창출 효과다. 지역경제의 고용 유발 효과는 서비스업 1만3904명, 정밀화학 9733명, 일반기계 7647명 등 6만2338명으로 ‘정밀하게’ 예견됐다. 요즘 같은 불황기에 대단한 고용 창출 효과다.

그런데 이런 통계수치를 액면 그대로 믿는 정부나 국민은 없다. <벌거벗은 임금님> 이야기처럼 하나같이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어느 일간지는 단순 계산만으로도 2160억원 적자가 났다면서 대구시와 연구원을 싸잡아 비판했다.

둘째, 강제 동원된 관중 문제다. 대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대구지하철에서는 조해녕 조직위원장의 애끓는 탄원이 아침저녁으로 울려 퍼졌다. 대구스타디움에 빈자리가 없도록 해달라는 읍소형 호소였다. 대구 육상대회 조직위는 46만장의 입장권이 팔려 역대 최다 입장권 판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초·중등 학생들과 대구시 공무원들의 강제 동원이 날마다 되풀이되었다. 더욱이 경기장 가장 높은 곳은 아예 차단막을 설치해 빈 공간을 감추려 애쓰는 안타까운 현상을 드러낸 우울한 세계대회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육상경기는 자발적인 관중 동원이 어려운 대표적인 종목이다. 특히 육상의 불모지인 한국, 그것도 대구에서 세계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신화였다.

셋째, 여러 차례 지적된 대회운영 미숙 문제다. 첫 경기인 여자 마라톤 경기에서 세번에 걸친 출발 총성이 울린 것은 애교에 지나지 않았다. ‘대구스타디움 몰’을 건설한다는 경제적인 이유로 관객은 물론 육상연맹 관계자들조차 물 한병 말고는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 조직위로부터 개회식에 참석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대학총장이 아이디(ID)카드 미비로 쫓겨나야 했고, 국제육상경기연맹 고위 관계자도 비슷한 수모를 당했다. 또한 개회식을 앞두고 기자 전원이 밖으로 쫓겨나는 기상천외한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 사건은 외신을 타고 전세계로 타전되어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되었다.

이토록 준비가 부실한 세계대회가 대구에서 개최됨으로써 대구와 국가의 이미지 제고는커녕 망신살만 톡톡히 사는 결과를 초래했다.

스포츠 대회가 가져올 경제적인 파급 효과를 과대포장해서 국가와 지자체가 무리하게 대회를 유치하려는 자세는 재고되어야 한다. 모든 문제를 돈과 결부하여 생각하는 경제동물적이고 천민자본주의적인 사고에서 하루빨리 벗어났으면 좋겠다. 스포츠가 경제와 관련되는 것을 부인할 수 없지만, 무슨 대회가 열리면 천문학적인 돈과 일자리가 생긴다고 국민과 시·도민을 현혹하는 국가와 지차제장들의 무모하고 무분별한 경쟁은 중지되어야 마땅하다.


2013년 충주 세계조정선수권대회,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2015년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까지 대형 스포츠 행사가 줄줄이 대기중이다. 행사를 개최하는 자들은 고용 창출과 경제 파급 효과라는 경제논리를 금과옥조처럼 읊조린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자체장의 치적이나 국가 이미지 제고라는 명분으로 스포츠 행사가 되풀이되는 실정이다.

구체적인 검증도 없이 흑자대회 유치가 가능하다고 강변하면서 국민과 시·도민의 혈세로 치러지는 스포츠 대회는 이제 정말 작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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