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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9.05 19:22 수정 : 2011.09.05 19:22

오인수 번역가·영어전문학원 원장

대학수학능력시험과 연계되는 <교육방송>(EBS) 영어교재 중 한권에서 64건에 이르는 무더기 오류가 발견돼 교재를 재발간하는 일이 벌어지고 수험생을 혼란에 빠지게 했다. 그러나 이것은 겉으로 드러난 오류일 뿐, 어쩌면 매년 반복되지만 시정되지 않고 있는 교재 자체의 문제점이 있기에, 향후 개선된 교재가 나와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점을 꼭 지적하고 싶다.

우선 영어 해설집의 해석 오류인데, 읽어봐도 무슨 말인지 도저히 종잡을 수 없는 해석과 잘못된 해석을 지적할 수 있다. 한 영어 인터넷 사이트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된 해설집의 다음 예를 보자. “추측건대, 알려진 사실이 없다 해도 400만 마리의 물개들이 같은 종을 놓고 상업을 목적으로 하는 어부들과 다툴 수 없을 것이다.” 언뜻 무슨 뜻인지 이해되지 않는다. 문제의 이 해석을 바로잡아 올려준 분의 해석은 다음과 같다. “400만 마리로 추정되는 물개들이 같은 어종을 놓고 어부들과 경쟁하게 되면, 그게 어부들 눈에 띄지 않을 리가 없다.” 의미가 분명해지는 게 느껴지지 않는가?

둘째, 출제진은 발췌문에 좀더 신경을 써야 한다. 어떤 지문은 너무나 전문 분야여서 그 방면의 전문인이 아니고서는 개념을 잡기조차도 어려운데 그런 지문을 굳이 발췌해서 문제로 내야 하는지 의구심이 든다.

셋째, 발췌문을 인용할 때는 전후 문맥이 없더라도 인용문 자체로 이해가 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한 지문에 ‘it’이라는 대명사가 처음부터 나오는데, 이 ‘it’이 어떤 책 제목을 가리키고 있음을 알면 간단하게 이해될 문장이지만, 이를 모르면 도대체 무슨 내용의 글인지 알 수가 없게 된다. 어떤 영어선생님은 자신의 영어 실력을 탓하며 이 글의 내용을 질문했고, 그에 대해 한 답변자는 “앞 내용이 없다면 짜깁기를 잘못한 거라 누구라도 당연히 이해할 수 없는 글이 된다”고 했다. 이 지문은 해설집의 해석자조차도 이해하지 못해 “그것(it)이 이름을 준 바이러스만큼이나”라고 해석했는데, 사실 앞부분의 원문을 수고스럽게 찾아 참고해보면 “그 책(it)이 열거하고 있는 바이러스처럼”이 올바른 해석이다. 더 있다. 발췌할 때 왜 갑자기 문맥상 필요한 부분을 빼버렸는지 납득되지 않는 곳도 있다. 문맥 이해에 결정적인 부분을 원문에서 삭제함으로써 도저히 지문을 이해할 수 없게 만들어 놓았다.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게 부담스러워진다’, ‘이런 것을 어떻게 이해하라는 건지 난감하다’,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하지만 나만 실력이 미약해서 고민하고 있나’라는 선생님들의 하소연에 ‘교육방송 교재의 문제점일 뿐 선생님의 지식이나 실력 부족 때문은 아니다’라는 답변이 달리는 상황에 대해 교육방송은 무슨 변명을 할 것인가? 교육방송은 수능과 70% 연계되는 교재이니만큼 해석은 여러 명이 교차점검하고 발췌문은 좀더 가려서 납득될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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