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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8.29 19:40 수정 : 2011.08.29 20:51

전경수 한국사이버시민마약감시단 단장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국내외 유명 연예인, 스포츠스타 등 저명인사들의 마약 투여 소식은 우리에게 항상 큰 실망과 안타까움을 안겨준다. 또한 뉴스를 통해 거대 마약 밀매 조직의 적발 소식과 국내 마약 밀반입 상황을 접할 때면 더는 내 가족, 내 아이들이 이러한 약물로부터 안전하지 않으며, 언제든지 마약의 유혹에 노출되어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사실 우리가 대중매체를 통해 접하는 이들 마약사범과 약물중독 범죄 대부분은 청소년 시기에 진해거담제 등의 의약품을 다량 복용하면서 시작된다. 이러한 약물이 내성이 생기면 이후에는 슈퍼나 대형마트, 문구점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부탄가스나 본드를 흡입하게 되고, 성인이 되면 더욱 중독성이 강한 필로폰 등을 투약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 20여년 동안 ‘한국사이버시민마약감시단’을 통해 마약범죄 수사 현장에서 마약류 중독자와 고통받는 가족들을 상담하면서, 청소년기의 약물중독이 당사자의 미래는 물론 가족들의 삶을 파멸의 길로 이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더 잘 안다고 자부하고 있다. 성년이 되어 약물 중독 위험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서는 청소년기부터 올바른 의약품 사용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며, 이러한 의약품 관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이러한 연유로 필자는 이번 정부가 발표한 ‘일반의약품 약국 외 판매를 위한 약사법 개정안’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물가 인상, 청년 실업, 대학 등록금 문제로 서민들이 고통받고 있는 이때 일국의 대통령이 민생 현안들을 뒤로하고 의약품 약국 외 판매를 지시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으며, 국민의 건강을 책임져야 할 보건복지부 장관까지 나서 대한민국을 약물공화국으로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감기약, 해열진통제, 진해거담제와 같은 일반의약품이 그렇게 위험한가라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이러한 의약품들도 소중한 우리 아이들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실제 미국에서 진통제를 가장 많이 오·남용하는 연령대는 10대로 조사되었으며, 영국에서 아세트아미노펜 성분(타이레놀) 중독으로 인한 사고 발생빈도가 가장 높은 연령대 역시 10대라고 한다.

한때 청소년들 사이에 진통제를 과다 복용해 학교를 결석하는 방법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감기약에 포함된 염산슈도에페드린 성분으로 마약을 제조하는 방법이 인터넷에 공개되기도 했다. 의약품을 약국이 아닌 아무 곳에서나 팔게 되면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청소년들에게 돌아갈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이제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미래와 행복한 사회를 위해 의약품 사용의 안전성과 편의성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에 대해 신중한 고민과 판단을 내려야 할 시기이다. 청소년을 미래의 약물중독자로 만들고자 하는 목적이 아니라면 정부는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 정책을 즉각 철회하고, 지금보다 더욱 의약품이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철저한 관리체계를 마련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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