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1.08.26 19:44 수정 : 2011.08.26 19:44

4차 ‘희망의 버스’ 릴레이 기고 ③ 백원담·성공회대 교수
크레인의 무쇳덩이 절망에서
김진숙을 구출해내고자
광화문 한복판에 희망전선을
설치하는 것이다

지금 이 땅의 말뜸(화두)은 단연 ‘희망’이다. 진보든 보수든 전 사회성원들이 각기의 ‘희망’ 표지 아래 도열하여 대전을 치르는 듯, 85호 크레인을 향한 희망버스로부터 의무급식까지 그 안에 게재된 참희망과 거짓희망을 둘러싼 대치 양상은 가히 전선을 방불케 한다. 서울시 무상급식 최고투표율 36%인 ‘굴욕 서초구’ 발행의 <서초소식>에 “응급복구비 231억원 확보! 구민 모두의 땀으로 희망을 다시 세운다!”니, 우면산 산사태로 인한 곤욕은 안타깝지만, 군장병 2만5287명 집중 투입, 특별재난지역 지정, 지방비 국고 추가부담(95억원 이상 초과금액 국고 추가지원 50.3%) 등 그 ‘희망’의 급행 실현은 무엇을 말해줄까. 같은 서초구이고 피해 양상이 심각한데도 복구지원은커녕 삶터도 사람도 철저하게 배제·삭제되어 있는 구룡마을의 유령적 삶의 현실이 입증하듯 ‘희망’에도 계급적 딱지가 붙어 있음을 절감하게 하는 것이다.

진보-보수 쌍방의 희망담론의 확연한 대비는 이 사회의 분열 상태를 여지없이 드러내 준다. 우선 수구세력의 희망담론은 더이상 아전인수 격으로 상위 1% 이외의 모든 불행을 자초하면서 이해관계를 관철하기 어려운 상황의 다급함을 그들만의 절망으로 분식하며 복지 포퓰리즘 등 가짜희망이 그 국면을 조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리해고, 비정규직, 철거, 생태환경 파괴 등 생존의 절박함과 박탈감에 시달린 사람들이 스스로 길을 찾아 나선 희망공정은 다르다. 85호 크레인 고공농성의 절망이 희망을 잣는 거대한 세상의 물레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으며, 그곳을 향한 희망버스 행렬이 그처럼 광범하고 끈질기게 이어질지 몰랐다. 그것은 이미 정해진 길이 아니라 희망자전거, 희망기차, 희망비행기처럼 각기 방법으로 자꾸 가서 광야로 열렸으며, 이제 가치생산자의 희망노선을 또렷이 제시하기에 이른 것이다.

어제 85호 크레인 농성 현장에 두달 만에 전기가 공급되고, 세상과의 유일한 소통 통로인 트위터에 다행과 축하의 글들이 쇄도하자 자신이 전기 공급 때문에 싸워온 것 같다며 동료들의 느슨함과 사태의 본질을 왜곡하는 사측의 의도를 동시에 경계하는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 그는 그렇게 그 무쇠덩어리 위에서 8개월을 넘게 ‘더이상 노동자를 죽이지 말라’고 자본과 권력에 촉구하고 있지만 조남호 회장은 정리해고 철회는커녕 전기나 접근권 등 최소한의 인권도 묵살하였고 권력은 공권력을 총동원해 재벌 한진을 비호했다.

그러나 이 지구상에 ‘크렌나무’의 소금꽃이라는 아스라한 점 하나, 그것은 기어코 조남호를 국회 청문회에 세웠고, 그 기만적 욕망의 몰골을 만천하에 드러내었다. 조남호가 약속하지 않았듯이 한진 노동자들의 앞날은 여전히 캄캄하다. 그러나 김진숙의 원한 서린 가슴 한복판에 한진중공업 171명의 절명적 상황이 새겨져 있고, 쌍용·유성·재능교육·강정마을 등 절절한 저항들이 저마다 ‘하나씩의 별’로 반짝이며 함께하는 한, 김진숙들과 희망버스는 이 세상의 물동이를 선뜻 지고 나서는 희망장정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4차 희망버스가 재차 길을 나선다. 이번엔 부산 영도가 아니라 서울로 향한다. 지금까지의 행렬이 상황의 실감과 보편적 상태의 공감을 위한 것이었다면 다시 운행되는 희망버스는 김진숙을 크레인의 무쇳덩이 절망으로부터 구출해내고자 광화문 한복판에 희망전선을 설치하는 것이다.

겨울이 닥치기 전 ‘정리해고 철회’를 관철시키고 김진숙을 살리자면 정치용역과 어버이연합을 앞세운 불온세력과의 한판 결전이 불가피할 터. 그러나 뜻밖에도 다음날 희망산행이 제안되어 있다. 이는 함께 청와대 뒷산에 올라 문제의 정점을 둘러싸고 문제의 보편성을 일깨우는 사회적 공론화로 희망경로를 다잡고 범사회적 연대를 통해 정책적 선회를 이끌어내자는 의지의 표현인 바, 아래로부터의 생기발랄한 문화정치적 상상력은 사람을 살리는 희망의 정치노선을 이처럼 선명하고 황홀한 장관으로 열어내고 있는 것이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