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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8.19 20:58 수정 : 2011.08.19 20:58

얼마 전 코레일은 서울역에서 노숙인을 몰아내겠다는 발표를 했다. 또한 서울역 이용고객 70%가 노숙인 퇴거 조처에 찬성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다른 사람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행동은 범죄이다. 혹은 공공장소에서 지나친 음주소란 행위가 시민에게 불편함을 가져올 수 있다. 이 경우 각각의 행동은 사회적 장치를 통해 규제될 수 있고 당연히 규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코레일의 조처는 이와 다르다. 음주소란 행위 등에 대해 단속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노숙인’을 겨냥해서 쫓아내겠다고 한다. 서울역에서 ‘부적절한 사람’을 쫓아내겠다는 것이다.

정책의 근거로 삼으려는 조사는 일정한 엄밀성을 가지고 이루어져야 한다. 이번 코레일의 조사는 조사시점과 대상 선정, 설문문항 구성에서 정해진 응답이 나오도록 유도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왜곡된 인식을 조장하는 설문조사를 여론이라며 정책근거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만약 케이티엑스(KTX) 연착 피해를 본 승객들에게 그 자리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하면서, 코레일의 간부에게 돈을 걷어 승객에게 경제적으로 배상하도록 하는 것의 찬반을 묻는다면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까? 즉자적인 여론이나 민원을 사회적 배제 정책의 장치로 쓰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이번 노숙인 배제는 코레일의 문제이지 시민의 요구라 할 수 없다.

노숙인은 집 없는 사람이다. 우리나라는 저렴주택 부족의 문제로 수만명의 노숙인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노숙인은 밤에 잘 곳이 없는 상태에서 그나마 신변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는 공공장소에서 밤을 보내려고 한다. 술을 마시는 노숙인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노숙인이 더 많다. 다만 술을 마시거나 소란한 노숙인이 일반인의 눈에 더 잘 뜨일 뿐이다.

세간에는 복지시설이나 서비스가 많은데 노숙인이 이를 이용하기 싫어서 그냥 노숙하는 것을 선택했다는 오해도 있다. 사실은 이와 다르다. 우리나라의 노숙인 복지서비스는 매우 빈약한 수준이고, 적절한 복지시설과 서비스는 포화상태가 된 지 오래이다. 주거와 자활을 지원하는 복지서비스가 정비되면 서울역으로 몰리는 노숙인의 수도 크게 줄어들 수 있다. 문제의 선후를 이렇게 잡아가야 한다. 일단 서울역에서 몰아내는 방식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코레일이 밝힌 대로 용역을 동원하여 몰아내고자 할 경우 인권침해는 물론이고, 충돌로 인한 인명사고 발생도 우려된다.

음주소란 행위나 범죄 행위, 혹은 코레일이 언급한 ‘테러 행위’가 걱정된다면 방범대책을 강화할 일이다. 노숙인을, 집 없고 허름한 사람을 몰아낼 일이 아니다. 집을 잃게 된 경우, 서울역에는 가서는 안 되는가? 어딘가 집단수용시설에 입소해야 하는가? 마치 마지막 월세를 내지 못하는 순간 ‘등급이 매겨지고’, ‘수용소에 잡혀가야 하는’ 비인간적 사회를 그린 공상과학 영화를 보는 듯하다. 약자를 배제하는 풍토가 유감스럽다. 남기철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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