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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8.10 19:23 수정 : 2011.08.10 19:23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릴레이 기고 ② 박관서 시인·한국작가회의 회원

내가 사는 전남 목포 인근에 해군기지가 있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았다. 기존에 해역사 그러니까 목포해역방어사령부가 있다는 것은 대강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해군 제3함대사령부가 2007년부터 이전해 있었다는 것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군대에 관하여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은 본인의 무관심 탓이다. 그러나 해군 제3함대에서 평소에 눈에 띄는 사회적 발언이나 행위들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목포지역에 있는 제3함대 해군의 역할을 높이 사고 싶다.

사람의 신체로 보면 몸속의 뼈와 같은 역할이 군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몸을 굳건히 버티게 하여 몸을 몸답게 하면서도 결코 밖으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뼈처럼 군대는 그렇게 국가공동체를 보위한다. 제3함대뿐만이 아니라, 타 군에 비하여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삼면이 바다인 한반도의 해양을 묵묵히 지키면서 결코 정치사회적 행위를 통해 ‘뼈 드러내기’를 하지 않는 해군한테서 참다운 군인의 모습을 보았다면, 너무 과장된 주관논리인 것인가.

얼마 전에 제주도 강정마을에 다녀왔다. 필자가 속한 한국작가회의 소속 문인들과 함께 여름휴가 겸해서 가족여행으로 다녀왔다. 목포와 제주를 운행하는 크루저급 여객선은 너무 즐거웠다. 하지만 오래전에 신혼여행으로 다녀왔던 강정마을은 해군기지 건설 저지운동으로 힘들고 안타깝기 그지없는 상황이었다.

많은 가치들이 서로 부딪쳐 혼란스러웠다. 문정현 신부님 이하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온몸으로 투신하고 있는 사람들과 평소 믿음직해 마지않던 해군은 물론, 17년 전부터의 추진 과정을 통해 노무현 참여정부에서 본격화한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의 의미도, 사실 가볍게 보이지 않았다. 또한 그렇다고 제주 4·3 민중항쟁의 한을 위무하기 위해 국가가 지정한 평화의 섬이자, 유네스코 지정 생물권보존지역과 세계자연유산 등재 등을 통한 자연생태관광지역으로서의 제주도는 물론, 절대보전지역인 강정마을에 하필 군사시설인 해군기지가 건설되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좀더 전문적인 이해가 필요한 대목이기는 하지만, 2차 세계대전 때 일제에 의한 하와이 진주만 폭격에서 보듯 병참과 방어가 힘든 원거리 섬으로서의 제주도 해군기지라는 입지조건의 불리함이 현재 폐기된 것으로 알려진 대양해군의 가치와 어떻게 어울릴 것인지도 의문이었다. 또한 강렬한 군사적 긴장감이 잠복해 있는 동아시아에서 미국과의 전략동맹에의 적극적인 동참 기회가 됨으로써, 미국과 중국 간 무력갈등에 어떻게든 포함되어 우리의 외교안보와 경제에 치명적인 위기를 야기할 수 있음도, 작은 염려로 그칠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필자는 양쪽의 의견과 내용에 대하여 일반적이고 과문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양쪽이 극렬히 대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작은 해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며칠 전에 현지 강정마을의 대표인 강동균 회장이 “주민투표를 다시 하자. 찬성이 51%라도 나오면 반대 농성을 접겠다”고 했다. 또한 제주도의회에서도 ‘해군기지 건설 강행을 주장하는 정부나 반대를 외치는 강정마을 주민에 대한 옹호나 비난이 아닌, 새로운 길을 찾아 근본적 질문을 던져보자’며 제주 해군기지 입지 주민투표를 제안했다.

여기에 해법이 있다.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하도록 하자. 목적과 과정이 어떻든 현지에서 누대로 살아온 이들과 양심 있는 이들이 온몸에 쇠사슬을 감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기지 건설 작업이 중단된 해군 쪽도 막대한 어려움에 봉착해 있을 터이다. 하지만 국가와 국민의 단합을 위해 한풀 접을 줄 아는 공인으로서의 태도는 그 어떤 대양해군보다 강하고 믿음직스러운 군인의 참모습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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