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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7.25 19:16 수정 : 2011.07.25 19:16

내부형 공모제로 선출한 교장 선생님을 또다시 임용 거부하지 말아주십시오
김윤희 영림중 학부모회장

서울 구로구는 갑구와 을구가 안양천의 다리들로 이어져 마치 나비처럼 생겼습니다. 우리 영림중학교는 을구에 속하며 1200여명의 아이들이 다니는 조금 큰 학교입니다. 아이들은 비교적 순진하고 착하며, 세련되진 않았지만 나름대로 소신이 있습니다.

영림중 구성원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내부형 공모제를 통해 뽑은 교장 선생님을 올 2월에 임용제청 거부당함으로써, 학교의 변화에 대한 기대가 좌절되는 아픔과 분노를 한차례 겪은 바 있습니다. 그러나 영림중의 다양한 구성원들은 한국 교육자치의 현주소, 학교 구성원들의 바른 참여와 역할의 중요성 등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해보고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영림중 학부모들은 ‘빈 교장실’을 볼 때마다 허허로움이 적지 않았지만 더욱 안정된 학교 만들기에 한마음 한뜻을 모았고, 매주 금요일 아침에 열리는 학부모들의 책 읽어주기 봉사, 학부모 공동텃밭 가꾸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적극적인 참여는 이러한 바람과 열정의 작은 산물이었습니다.

또한 영림중 구성원들은 우리 아이들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건강한 교육으로 구로 지역의 변화를 가져올 ‘영림중 교장 선생님’을 모시고 싶다는 열망 하나로 지난 4개월 동안 묵묵히 기다리며 열정적으로 교장공모제에 참여해왔습니다. 바쁜 시간을 쪼개어, 내부형 교장공모제에 관한 간담회와 토론회도 열어보고, 심사위원도 모여서 선출하였습니다. 심사는 3일이었지만 사전에 연수도 받아야 했고 하나하나 의견을 수렴하고 안들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이리 힘들게 이 일을 해야 해?’ 하는 후회가 들 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지난 6월 중순 학교 경영계획 설명회에서 열심히 후보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새로운 학교’를 구상하는 학부모들의 모습은 생업을 놓고 매달렸던 그 긴 시간의 노력을 찡한 감동으로 돌려주었습니다.

그로부터 한달이 지났습니다. 학교 심사가 완료됐을 때만 해도 저와 학부모들은 늦어도 7월이면 우리 손으로 뽑은 ‘영림중 교장 선생님’을 모신 가운데 제대로 된 학교의 틀을 갖추고 방학을 맞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납득할 만한 설명을 듣지 못하고 답답한 시간만 흘렀고 방학을 했습니다.

그런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언론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학부모와 교사들의 심사를 거치고 남부교육청의 심사를 받아 시교육청에서 교육감이 뽑은 교장 후보가 임용을 받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임용이 늦어지는 이유가 정당에 소액의 정치 후원금을 낸 기소 대상자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재판의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무죄라고 추정되는 것이 아닌지요? 인터넷 신문에 보니 징계시효도 이미 지났고, 지난해에 같은 사례로 기소가 된 경우에도 30만원에서 50만원의 벌금형을 받게 되어 교육과학기술부가 얘기하는 임용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던데요. 또 학교 구성원들이 직접 심사하고 추천한 교장 선생님이기에 일반적인 교장 선생님 임용과는 다르게 임명 거부는 신중해야 할 터인데요.

저희 영림중 구성원들은 정말 꼼꼼하고 엄격하게 심사했습니다. 교과부가 임용을 거부하겠다는 그 선생님은 영림중에 꼭 맞는 교장 선생님이 될 자질이 충분했습니다. 그동안 영림중은 서울시교육청과 교과부를 믿고 준비하고 실행하고 기다렸습니다. 이제 영림중 구성원들의 순수성과 열정에 장관님의 마음을 담은, 우리가 납득할 수 있는 답변과 현명한 판단을 기다립니다.

이주호 장관님은 영림중 구성원들이 열정을 다하고 공들여 온 시간과 내용이 만든 선물인 교장 선생님 후보를 임용해야 합니다. 그것은 장관님이 만든 내부형 교장공모라는 제도를 현장에 온전히 실천하는 길이기도 하며, 우리 교육의 현장이 민주적 방식으로 훌쩍 성장하는 길이며 한국교육사에 빛나는 별로 기록될 일이기 때문입니다


중학교에 아이를 보낸 엄마로, 당연히 이루어질 줄 알고 믿었던 마음들이 피눈물이 되는 결과로 남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또한 교육자치의 꽃인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준비한 영림중 구성원들은 애벌레가 나비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구로 지역 교육 변화의 꿈꾸기를 계속합니다.

어떤 상황에도 생명과 아이들은 어머니와 교사와 동네가 건강하면 잘 자랍니다. 그런 어머니들이, 선생님들이, 지역이 뽑은 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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