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7.20 19:33
수정 : 2011.07.20 19:33
정태욱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마침내 인권위는 내부의 충정 어린
비판의 목소리, 직원들의 인권적
외침조차 ‘위협’으로 느끼게 되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전체 정원 146명 가운데 11명이나 한꺼번에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었다. 열성적이고 능력있는 인권위 직원들을 인권위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그 이유는 법에서 금지한 집단행동을 하고, 공무원으로서의 품위 유지를 못했다는 것이다. 인권위 직원들이 어떤 정치적 작당을 했던가? 인권위 직원들이 어떤 파렴치한 작태를 보였던가? 아니다. 그들은 인권위가 제자리로 돌아갈 것을, 그들의 명예를 걸고 인생을 걸고 호소하였을 뿐이다. 완강하게 귀를 막은 인권위 집행부에 대해 1인시위를 했을 뿐이며, 진실을 호소하기 위하여 인터넷 매체에 릴레이 기고를 하였을 뿐이다.
발단은 올해 초 신망이 두터운 조사관에 대하여 이례적으로 계약만료 ‘해고’를 통보한 데서 비롯한다. 계약직이므로 계약이 끝나면 그만두는 것이 당연한 것인가? 그러나 인권위가 출범한 지 이제 10년, 초기 정착을 위해서 전문인력과 헌신성이 무엇보다 요구된다. 그리하여 지금까지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계약연장이 거부된 경우가 없었다. 더욱이 그 조사관은 출범 때부터 인권위에 봉직해 온, 10년 가까이 그 청춘의 소명을 인권위에 바쳐온 여성인권 전문가였다. 그런 직원을 ‘앞으로 계약직은 두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 아닌 이유로 단칼에 내친 것이다.
속사정을 아는 이들은 그 직원이 공무원노조 인권위 부지부장이고, 인권위의 비민주적 조직운영에 대한 우려 표명 등 노조와 직원들의 뜻을 적극적으로 개진해 온 것이 진짜 이유라고 한다. 즉 유례없이 단행한 계약연장 거부는 내부 비판활동을 이유로 한 보복적 인사조처라는 것이다.
그렇다. 이 문제는 조사관 한 사람의 해고에 관한 것이 아니다. 인권위 존립과 직결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권위 내부의 게시판에는 6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의를 제기하였고, 인권위 직원들이 인권위에 그 해고에 대한 진정을 하고, 마침내 당사자를 포함한 14명의 직원들이 그들의 직을 걸고 1인시위와 릴레이 기고를 하는 등 마지막 인권적 의사표현을 한 것이다.
근본적 원인은 인권위의 변질에 있다. 정부에 의한 강제 조직감축을 비롯해, 현병철 위원장 임명 이후 인권위의 독립성은 부인되었고, 인권위는 인권의 낮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정부 정책에 어긋나지 않으려 애썼으며, 권력에 맞서 인권을 천명하기보다 권력의 의중을 헤아리는 데 바빴다. 인권위원들이 사퇴하고, 인권위의 전문위원·자문위원들이 사직하고, 직원들이 떠나갔다. 마침내 인권위는 내부의 충정 어린 비판의 목소리, 직원들의 최후의 인권적 외침조차 ‘위협’으로 느끼게 되었다. 인권위가 인권에 대한 사명감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반인권적인 조직이 된 것이다.
주지하듯이 이명박 대통령은 국가인권위원회를 일개 행정위원회로 간주하고 현병철 위원장을 임명하였다. 대통령이 말한 위원장의 인선 기준에 ‘인권’은 들어 있지 않았다. 단지 ‘조직을 잘 관리한다’는 것이었다. 그 후 정말 이 대통령과 현 위원장은 그동안 우리 현대사의 큰 성취이자 국제적인 자랑이었던 인권위를 순식간에 정부 산하의 행정위원회로 변신시키는 데 성공하였다. 이 대통령의 ‘예지력’은 뛰어났고, 현 위원장의 ‘역량’도 우수하였다.
인권위의 존재, 인권위 직원으로서의 삶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나온 절박한 호소, 이것이 징계사유라고 한다. 그렇다면 그동안 인권위를 이렇게 추락시킨 현 위원장은 무슨 상을 받아야 하나? 그러한 인권위의 전락에 합심하였던 인권위원들은 무슨 상을 받아야 하나?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