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
귀화인에게도 이름 선택 자유줘야 |
외국인이 귀화하는 경우, 부모나 당사자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심지어 자신의 ‘의지에 반하여’ 한국에서 불리기 부적절함에도 불구하고 굳이 ‘현지 발음’으로 표기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정부의 지나친 월권행위이며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대법원 ‘호적예규’에 외국인 귀화자들이 호적 등재 시, 신청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인명’을 ‘현지 발음’을 따라 표기하도록 하고 있어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며 당사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현행 ‘호적예규 제662호’에 따르면, 중국 국적자로서 중국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에 주소가 있는 자를 제외한 모든 외국인은 귀화허가를 받은 후 호적에 인명을 등재하는 경우 ‘원지음’(이하 현지 발음)으로 표기하도록 하고 있다. 호적에 외국의 국호 및 지명에 대하여 현지 발음을 표기하도록 하는 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으나, 호적에 귀화인의 이름을 현지 발음으로 표기하는 경우 귀화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예를 들면, ‘전영순’이라는 한자이름을 사용하던 중국인의 현지 발음은 ‘췐영쑨’으로 호적등재가 이루어지며, 이후 주민등록증에 동일한 ‘췐영쑨’으로 기재된다. 나아가 건강보험증, 면허증, 은행 통장 등 모든 곳에 동일한 이름이 항상 따라다닌다. ‘현지 발음’이 한국에 거주하는 본인에게도 듣기 거북하게 하기도 한다. 학교, 병원, 약국, 직장, 공공기관 등 각종 공공장소를 비롯한 많은 곳에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특이한 발음의 이름이 공공연하게 호명되며, 다른 사람의 주목을 쉽게 불러일으켜 당사자를 난처하게 만든다. 싫어하는 사람들로부터 차별받는 경우도 발생한다.
귀화인들의 인명을 ‘현지 발음’으로 표기하도록 하는 것은 귀화를 하게 된 ‘외국인’ 원래의 국적을 쉽게 일반인들이 알 수 있도록 한다. 부유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의 이름에는 호의적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많지만 가난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의 이름에는 부정적이며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마치 정부가 귀화인에게 본래의 한국인과 식별이 용이하며 국적을 말해주는 ‘꼬리표’를 부착해주는 꼴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사람의 이름을 부모나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국가기관이 강제로 이름을 표기하도록 하는 것에 있다. 물론 호적 등재 이후 가정법원에 개명을 신청하여 한국식 발음 표기를 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시간과 비용 등을 추가로 들여야 하며 백 퍼센트 개명 보장이 없다. 아예 처음부터 귀화자가 한국식 발음표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
사람의 이름은 태어날 때 부모가 지어주며 나중에 본인에게 좋지 않다고 생각하면 정당한 사유를 들어 법원에 개명 신청하도록 하고 있어 인명을 국가가 임의로 정할 수 없음을 말해준다. 현행 호적예규에서, 외국인이 귀화하는 경우, 부모나 당사자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심지어 자신의 ‘의지에 반하여’ 한국에서 불리기 부적절함에도 불구하고 굳이 ‘현지 발음’으로 표기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정부의 지나친 월권행위이며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 생각한다.
만일 정부가 이중국적을 허용하는 경우라면, 전혀 다르게 발음되는 두 개의 이름을 각각 다른 여권에 사용하는 것이 신원확인에 문제가 되므로 한 개의 ‘현지 발음’으로 통일하는 것이 행정관리 측면에서 납득될 만한 일일지도 모른다. 한국으로 귀화하기 전 모국에서 사용되었던 ‘현지 발음’으로 발음되는 이름은 부모나 당사자가 모국에서 적합하다고 여기어 선택하여 사용해온 것이다. 그러나 원래의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을 새로운 국적으로 취득하는 경우, ‘현지 발음’과 한국식으로 적합한 발음 또는 이름 중 본인이 선택할 수 있도록 정부가 배려하는 것이 민주적이고 합리적이라 생각한다.
송성섭/‘한중결혼인권연대’ 카페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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