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6.27 19:24
수정 : 2011.06.27 19:49
강용규 인천국제공항공사 노동조합 위원장
한나라당이 정부와 비공개 정책협의를 거쳐 인천공항 민영화 관련 법안을 6월 국회에서 강행처리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인터넷 민심이 폭발하고 있다. 관련 뉴스 댓글들을 보면 ‘비리’와 ‘특혜 의혹’이라는 내용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자유선진당에서도 ‘권력실세 인척을 위한 인천공항 매각 추진이라는 의혹이 가라앉지 않는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해졌으면, 정부는 도대체 왜 국민들이 인천공항 매각을 이토록 반대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일단 정부가 인천공항 민영화를 추진하는 사유들이 설득력이 없기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법 개정안’을 발의한 박상은 한나라당 의원은 인천공항이 1999년에 설립될 당시부터 민간의 경영기법을 도입하기 위한 공기업 민영화법의 대상 기업으로 선정되었기 때문에 인천공항을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대상 기업으로 선정된 시점은 구제금융위기로 인해 국가 재정이 궁핍했을 때였다. 그러다 불과 10년 만에 영업이익이 5332억원에 이르는 초우량기업으로 성장했고, 2010년부터 2035년까지 정부에 납입하는 총 금액이 법인세 14조3700억원, 배당금 22조8500억원 등 무려 37조20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측되는 폭발적인 성장세의 초입에서 인천공항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인천공항의 가치가 이렇게 급변했다면, 여당은 오히려 ‘공기업의 경영구조개선 및 민영화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서 인천공항의 급증하는 이익을 국민의 소유로 보존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책임있는 자세일 것이다.
또 하나 납득할 수 없는 것은 세계적인 글로벌 공항운영사의 운영 노하우를 습득하기 위해 인천공항의 지분을 해외에 매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천공항은 국제공항협의회가 실시하는 세계 공항서비스 평가에서 6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하였고, 세계 최고의 허브공항인 암스테르담 스히폴 공항과 파리 샤를드골 공항이 오히려 인천공항을 벤치마킹하기 위해서 전략적 제휴를 제안하는 판국에 도대체 어느 해외 공항에 지분을 팔아가면서까지 배워야 한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매킨지사가 인천공항 매각을 위해 수행한 용역보고서를 보면 전략적 투자자로 예를 드는 곳이 스페인의 아에나(AENA), 독일의 호흐티프 공항, 말레이시아 공항, 파리 공항 등 14개 공항운영사인데, 정작 이들 중에 인천공항보다 서비스 수준이나 이익증가율, 항공 안전 등 주요 지표에서 앞서는 곳이 없다. 게다가 이들 공항운영사가 투자한 해외 공항 중에 환승률이 비약적으로 개선되어서 세계적인 허브 공항으로 성장한 곳은 전무하다는 사실은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인천공항이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 노하우와 운영 기술을 유지하려면 민간에 지분을 매각하는 것보다, 88%에 육박하는 과도한 아웃소싱 비율을 개선하여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자긍심을 높이는 일이 급선무일 것이다.
목숨 바쳐 9년 동안 갯벌을 메워서 건설한 인천공항을 개항 10년 만에 세계 최고의 공항으로 성장시킨 인천공항 직원들의 자존심을 짓밟는 언사는 이제 삼가줬으면 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다이아몬드를 낳도록 만들기 위해서 절반으로 갈라 팔아야 한다는 우스운 주장을 정부는 이제 그만 멈추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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