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6.24 19:43
수정 : 2011.06.24 19:43
이영자 서울시 은평구 진관동
인구가 준다고 호들갑을 떨면서 출산을 장려한다. 어떤 부자 구에서는 셋째를 낳으면 엄청난 혜택을 준다는 말도 들었다. 그것도 참 희한한 얘기다. 한 나라 안에서 자기네 구에서 낳은 아이만 축복하고 양육하는 것, 그것이 과연 떳떳하고 바람직한 일인가? 낯부끄럽다. 나라를 두 동강 내고도 모자라서 영호남을 가르더니, 이제는 서울시를 강남·강북으로 가르고 그것도 성이 안 차서 ‘우리 구’로 가르나 보다. 과연 이 조각내기 병에는 어떤 치료법이 있는 것일까.
더 부끄러운 일도 있다. 나는 충북 음성 꽃동네에 30년 넘게 회비를 내고 있고 지금은 아이들도 따로 회비를 내고 있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한달에 한번 꽃동네의 소식지가 온다. 이달 소식지에서 알게 된,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한가지를 소개하자면 이렇다. 오웅진 신부님의 말을 그대로 옮겨보겠다.
“우리나라에 12개 입양기관이 있습니다. 올해 들어 정부가 해외 입양을 지양하는 취지에서 쿼터제를 만들어 1개 시설에서 15명 이상을 받을 수 없도록 했지요. 입양시설이 속속 문을 닫다 보니 이 갓난아기를 받아줄 데가 없어 꽃동네 천사의 집으로 최근 두달 동안 50명이 들어왔어요. 우리가 준비하지 않으면 생명문화가 크게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나라 생명문화의 현주소입니다.”
아무래도 이상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해외 입양을 지양하기 위해서 1개의 시설에서 받을 수 있는 인원을 15명으로 제한해야 하는가의 당위성이다. 15명이 넘어도 그 아이들은 우리의 아이들이고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양육받을 권리가 있다.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어느 나라에서나 인간사에서 가장 최우선의 임무는 어린 자녀를 잘 키우는 것이다. 상식적인 생각으로는 해외 입양을 줄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예산으로 시설을 늘려 오갈 데 없게 된 우리 아이들을 우리 스스로 잘 양육할 준비가 필요한 것 아니겠는가? 이 정부 들어 하는 일이 난해한 일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난해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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