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6.17 19:41
수정 : 2011.06.17 19:41
남영신 국어문화운동본부 회장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인이 감탄할 정도의 경제 발전을 이룩했고 이 경제 발전의 바탕에는 엄청난 교육열과 잘살아보겠다는 의지가 있었다. 또 그 엄청난 교육열이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한글로 문자생활을 하였기 때문이다. 한글을 이용한 지식의 대중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폭넓은 부문에서 다양한 발전을 이룩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한글에 무한한 고마움을 느껴야 할 것이며, 한글을 더 발전시키는 데 ‘통 큰’ 투자를 해야 한다.
요즘 한국에는 수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들어와서 일을 하고 있다. 이들에게 한국어는 경제 활동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가장 기본적인 도구이다. 이들이 한국어를 잘 사용하게 되면 우리에게도 유리하다. 또 한류 확산으로 외국에서도 한국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으니 이들이 한국어를 잘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세종학당 확대 등에 ‘통 큰’ 투자를 해야 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서울시가 주부 창업을 돕는 정책을 펴면서 정책 이름을 ‘맘프러너’라고 생소하게 지었기 때문에 그 정책이 자신들의 생업에 도움이 되는지 모른 서울 시민들이 창업을 하지 못함으로써 2303억원의 매출을 올릴 기회를 잃었다고 한다. 정책 용어 하나가 시민의 재산 2303억원을 날린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정부가 국어에 수천억원 투자하는 것을 아까워하면 안 된다. 마땅히 공공언어 개선에 ‘통 큰’ 투자를 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을 들여다보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국어 연구와 정책 집행을 맡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 국립국어원의 한 해 예산이 100억원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이 정도의 예산밖에 배정할 수 없다면 차라리 이런 기관을 해체하고 그 기능을 민간에 맡기는 편이 나을 것이다. 국가가 국어를 관리하려면 그에 걸맞게 예산과 인원을 배정해 주어야 한다. 영어 가르치는 학원 하나 만들어 운영하는 데도 1000억원 이상을 들이는 마당에 국가의 언어를 관리하는 기관의 예산이 연간 100억원이라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국어에는 해야 할 일이 참으로 많다. 앞에서 든 것 외에도 전문 용어 표준화, 수준별 어휘 정리, 표준 화법 정립, 맞춤법 간소화, 언어 순화, 표기의 다양화, 글자판 표준화, 공공언어 교육, 언어 자료 축적 등등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고, 앞으로 지속적인 국가 발전을 기대하려면 이런 것들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국어에 ‘통 큰’ 투자가 필요하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안에서는 전에 없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장관과 차관이 불필요한 외국어나 어려운 용어로 정책을 세우는 것을 강력하게 억제하고 있고, 며칠 전에는 국어민족문화과를 개편하여 국어정책과를 신설했다. ‘통 크게’ 국어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읽혀 국어 정책을 과감하게 펼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그동안 한글박물관 건립, 공공언어 개선, 방송언어 개선 등 많은 일을 해 왔지만 지금보다 더 광범위하게 국어 정책을 펼쳐 나갈 수 있도록 국어 예산을 과감하게 늘리는 노력을 기울이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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