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6.13 19:27
수정 : 2011.06.13 19:27
노슬기 서울 성수고 3학년
고등학생들에게는 힘든 3년을 잘 보낼 수 있게 해주는 희망이 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듣는 말이 ‘여러분들이 3년 동안 고생한 결과를 대학에 가면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하는 격려 말이다. 이렇게 한국의 고등학생들은 3년이란 시간을 포기하고 대학을 위해 달려간다. 대학만 가면 살도 빠질 것만 같고, 피부도 좋아질 것 같고, 멋진 이성친구도 생길 것만 같다. 고등학생들에게 대학생은 이상향 그 자체이다.
그런데 요즘 반값 등록금 시위에서 터져나오는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현실은 또 그렇지 않다.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한 학기를 다니고, 학자금 대출을 받아 졸업하자마자 빚쟁이가 된다는 대학생들의 이야기는 사회를 울렸다. 그리고 고등학생들에게 한숨을 주었다. 고등학생의 꿈은 사라졌다.
단지 등록금 문제 하나 가지고 고등학생의 꿈이 사라졌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고등학생들에게 등록금 문제는 단순한 돈 문제가 아니다. 가장 아름다운 청춘의 3년을 바쳐 희생한 결과로 누리는 대학생활이 생각했던 것만큼 아름답지 않다는 사실은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자 나의 미래이다.
그나마 상황이 최악은 아니라고 여겨지는 것은, 정치권이 등록금 문제를 인정하고 고치려고 한다는 것이다. 다만 나는 한 가지 더 제안하고 싶다. 단순히 등록금 문제를 시정하는 것을 넘어서서, 전반적인 교육개혁을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등록금 문제는 단순한 돈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제도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등록금을 반값으로 낮추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그러니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사회 구조를 조정하는 대대적인 교육개혁을 생각하면 좋겠다. 많은 힘이 필요한 일은 아니다. 그저 등록금을 이야기하기 전에 잠깐 시간을 내서, 학원으로 달려가는 초등학생들을 한번 바라보고 문제를 느끼는 것부터 시작하자. 그렇게 작은 물결로 시작하자. 이번 등록금 시위도, 시작은 그런 작은 물결이었다.
학생이 꿈을 가질 수 있는 사회가 가장 바람직한 사회이다. 마지막 남은 고등학생의 희망을 없애는 우리나라는 결코 좋은 사회라고 할 수 없다. 등록금을 넘고, 더 큰 물결을 만들자. 이제 정말 좋은 사회를 한번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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