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6.13 19:26
수정 : 2011.06.13 19:26
선승범 재수생·경기도 파주시 법원읍
이번에 수능 모의평가를 치른 재수생이다. 6월 모의평가는 역대 가장 난이도가 낮았다고 할 정도로 쉽게 나왔다. 최성태씨는 9일치 왜냐면 ‘물수능, 과연 나쁜가’에서 이런 ‘물수능’이 오히려 “중위권 학생들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하위권 학생들에겐 학습동기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고려해볼 만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시각은 결국 ‘수능의 로또화’를 용인하는 생각이다. 물론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수능에만 다 걸 수밖에 없는 현행 입시체제는 분명 고쳐져야 마땅하다. 그렇지만 당분간 이어질 제도라면 최대한 안정성이 보장되고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른 결과가 나오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난이도가 지나치게 낮아지면 이번에 보듯이 순위는 뒤죽박죽이 돼버리고, (굳이 ‘최상위권’이 아니더라도) 한두 문제로 등급이 뒤바뀌는 사태가 일어난다. 이것이 과연 사회 정의에 들어맞나?
<교육방송>(EBS) 연계에 대해서도 그렇다. 지난해 수능에서 교육방송 연계를 몸으로 느낄 수 없었던 것은 맞다. 그러나 이번에는 ‘내신 외우기 시험’ 수준으로 교육방송이 연계되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입시가 당장 논술 중심이나 이상적인 입학사정관제 중심으로 가기 어려운 지금으로서는 그래도 수능이 최선의 제도다. 그런데 해마다 시험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해쳐 수험생들을 헷갈리게 하는 것이다.
또 ‘물수능’이 사교육을 없애고 내신 및 수시 강화나 ‘바칼로레아’ 도입을 이끌 것이라는 생각도 안이하다. 먼저, 내신은 엄연히 존재하는 고등학교별 격차를 반영하지 못해 대부분의 대학별 입시 전형에서 힘을 잃은 지 오래다. 수시모집이나 입학사정관제 전형은 대학에서 외고와 특목고 학생들을 골라 뽑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물수능’이 가져올 대학의 선택은 뻔하다. 수능이 학생들을 제대로 ‘줄 세우지’ 못했다고 판단해, 그 옛날 본고사나 다름없는 대학별 고사를 실시할 것이다. 지금도 일부 대학은 논술에 영어 지문을 내고 있거나 향후 본고사 실시를 공공연히 밝히며 기회를 노리고 있는데, 이를 더욱 부추길 수밖에 없다.
“사교육을 줄이고 수험생의 부담을 덜어야 한다”는 말에 누가 찬성하지 않을 것인가. 그러나 이런 식으로 현장(또는 현실)과 동떨어진 사고방식에 기반해 밀어붙이는 ‘불도저식(또는 4대강식)’ 입시 정책은 수많은 피해자를 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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