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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6.10 19:22 수정 : 2011.06.10 22:26

6·10 민주항쟁 24돌을 하루 앞둔 9일 저녁 서울 태평로 청계광장 들머리에서 열린 반값 등록금 촉구 촛불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이 촛불을 든 채 연설을 듣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반값 등록금 시위대에 보내는 고등학생의 편지
진솔희 경기도 가온고 2학년

안녕하세요.

늦은 밤 혹은 더운 밤에 반값 등록금을 위해 모여주신 대학생 선배님들, 가수 분들, 어른들 모두 안녕하세요. 대학 진학이 2년도 채 남지 않은 고등학생입니다. 비록 촛불 들고 나가, 함께 시위에 참여할 여력은 없지만 여러분께 힘을 드리고자 합니다.

이제 1학년에서 벗어나 2학년 생활을 절반쯤 했습니다. 1학년 때는 사이좋던 친구들끼리도 문과와 이과로 나뉘면서 ‘함수 냄새’ ‘시적 허용 냄새’라며 서로를 얕잡아 봅니다. 뭐든 서로는 다르다고 생각하고 문과가 혹은 이과가 우월하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매사에 의견 조율이 참 어렵습니다.

하지만 요즘 만나기만 하면 두손을 붙잡고 한마음이 되어 말합니다. 반값 등록금이 제발 실현되면 좋겠다고. 서로 흘기던 눈이 촉촉해지며 하소연합니다. 성적이 아주 우수하지 않은 것도 부모님께 죄송스러운데, 곧 있으면 등록금 때문에 더 죄송스러워서 너무 힘들다고. 인문계 고등학교임이 분명한데도 대학 진학이 아닌 취업을 고려하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부모님의 경제적 여력이나 학자금 대출로는 등록금을 감당할 수 없는 힘든 현실을 우린 너무 일찍 알아버린 것입니다.

오래된 고목들과 경치 좋은 캠퍼스 안에서의 생활은 꿀같이 달콤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겨운 내신과 수능 점수에서 벗어나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수능만 끝나면,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마냥 좋을 것만 같았습니다. 입시 전쟁에 이은 알바와의 전쟁은 고등학생들의 상상 밖에 존재하는 현실이었습니다. 이번에야 수면 위로 드러난 등록금의 실태와 반값 등록금 시위는 무지한 고등학생들에게 큰 가르침이 되었습니다.

대학생 선배님들이 가장 힘든 당사자라는 것은 잘 압니다. 하지만 얼마 뒤 그 당사자가 될 고등학생들도 반값 등록금을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기말고사 기간에도 불구하고 반값 등록금을 위해 투표와 시위를 해주시는 선배님들 감사합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시위 현장에 오셔서 노래로 힘을 주시는 가수 분들 감사합니다. 피자와 치킨으로 격려해주시는 ‘날라리 선배부대’ 어른들도 모두 감사합니다. 돈을 집어삼키는 괴물로 전락한 대학을 그저 행복한 눈으로만 바라보는 무지한 고등학생들을 위해 이렇게나 열심히 싸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모의고사에서 전국 상위 1%를 다투는 우등생은 아닙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 반값 등록금을 지지하는 상위 1% 고등학생입니다. 그리고 반값 등록금을 실현시키는 후보에게 한 표를 던지는 미래의 개념있는 유권자가 되겠습니다. 그러니 저희 고등학생들이 시위에 직접 참가하지 않아도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세요. 여러분들의 반값 등록금 투쟁이 헛되지 않도록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등록금 걱정 없이 대학에 대한 로망을 마음껏 키울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덥고 습한 여름 날씨에도 모두들 건강 조심하세요.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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