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6.10 19:21
수정 : 2011.06.10 19:21
이준희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 만정리
지난 2주일간 서울 광화문의 밤은 유난히도 밝았습니다. 이문재 시인의 표현처럼, “밤을 끄고 휘황하게 낮을 켜 놓은 권력들” 때문이 아니라 대학생, 그리고 시민들의 촛불 때문이었습니다. 지난달 29일 광화문 네거리에서 ‘반값 등록금 공약 이행’을 요구하던 대학생들 중 70여명이 연행됐습니다. 연행자 중에는 이제 갓 스무살의 어린 동생들도 있었고, 선배님들도 계셨습니다. 그리고 경찰은 지난 4일 또다시 연행을 감행해 스무명의 연행자가 더 발생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경찰들을 저지하고 학생들을 보호하려던 시민이 의식을 잃기도 했고, 연행 과정에서 정신을 잃은 학생이 그대로 30분 넘게 방치되기도 했습니다.
연행자가 발생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많은 사람들은 궁금해합니다. 경찰이 왜 그들을 연행했는가? 경찰이 주장하는 연행 이유는 집시법을 위반하고 불법집회 및 행진을 했다는 것입니다. 저희가 현행법상 집시법을 위반한 것은 맞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이야기합니다. “그래도 법은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 혹은 “정부가 아니라 먼저 대학에 요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 또 어떤 이들은 “철없이 투정부린다”고 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흔히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쉽게 이야기하곤 한다.’ 반값 등록금 투쟁을 하면서 제가 느낀 것은 이것입니다. 저는 과거에 노동운동에 대해서 ‘잘 모르면서 쉽게 이야기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에이, 그래도 불법은…. 합법적으로 해야지. 법의 틀 안에서…”라고 이야기하면서, 정작 평소엔 노동자들에게 어떤 연대도 하지 않는, 어떤 합법적인 방법으로도 그들을 돕지 않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대학에 들어와서, 좋은 선배들에게 “책보다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말을 듣고 여러 투쟁 현장에 다니면서, 또 노동자들을 만나면서 느낀 것은 그들은 투정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투쟁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목숨’을 걸고 ‘생존권’을 위한 투쟁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경찰은 불법집회라고 말합니다. 어떤 이들은 학교에 가서 요구하라고 합니다. 고려대·서강대·이화여대·숙명여대 학생회장단의 삭발, 각 학교의 비상총회, 학교 안에서의 집회. 이런 것들을 아무리 해도 학교는 귀를 막았고 사회는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지난 4월2일 마로니에 공원에서 합법 집회가 있었으나 전혀 사회의 관심을 얻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어쩔 수 없이, 저희의 목소리를 알리기 위해 연행을 결의하고 거리로 나온 것입니다. 그러나 저들은 우리의 요구를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에 무차별적으로 대학생들을 연행했습니다.
집회에 매일 나가고 경찰에 학우들이 연행될 때마다 나가 경찰서 앞에서 밤을 새우니 정말 피곤합니다. 힘듭니다. 집회 끝내고 밤 12시에 집에 와서 과제하고, 다음날 아침에 학교 나가고, 학교가 끝나면 다시 집회에 나가곤 합니다. 힘들지만 어떻게든 버티고 있습니다. 정말 절박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도 쉽게 이야기합니다. 불법이라고 비판하는 분들이 합법적인 집회였다면 나오셨을까, 2주일 내내 와서 자리를 지켜주셨을까, 집회가 있었는지도 모른 채 시원한 에어컨을 쐬며 어느 커피숍에 앉아 계시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고백하건대 전 과거에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시원한 에어컨 아래에서 음료수나 마시면서 “노동자들이 아무리 그래도 불법은 안 되지”라던 사람이었습니다.
바야흐로 역사는 거대한 전환기 앞에 서 있습니다. 신자유주의가 강요하는 무한경쟁에 지친 우리 대학생들이 드디어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은 ‘하위 50% 이하의 학생이 B학점 이상을 받는 경우에만’ 반값 등록금을 장학금 형식으로 해주겠다고 합니다. 이는 “등록금이 너무 비싸다”는 이야기를 하는 우리에게 “더욱 경쟁해서, 그 경쟁에 승리한 자들만 싸게 다니라”고 말하는 살인적 발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들은 벌써 처벌적 등록금 제도 등의 무한경쟁 정책으로 죽어간 카이스트의 학우들을 잊었단 말입니까? 게다가 상위 50% 이상의 가정 중에선 얼마나 많은 가정이 이 살인적인 등록금을 견딜 수 있단 말입니까? 저희가 반값 등록금을 실시하라고 투정 부리는 것입니까? 다만 정치권과 대학의 ‘진정성 있는 토론과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지켜보겠습니다. 그리고 믿어보겠습니다. ‘반값 등록금’이 단순히 등록금 반값만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더 나은 교육, 돈이 아닌 사람을 키우는 교육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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