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1.06.10 19:20 수정 : 2011.06.10 19:20

박용규 한글학회 정회원

금년 6월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세연·김성곤·조순형 국회의원이 제안한 ‘한자교육기본법’의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국회에서 개최되었다. 이 법의 제안 취지는 광복 이래 초등 및 중등학교에서 한자교육을 소홀히 한 결과, 우리말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한자어를 국민들이 몰라 우리말을 올바로 사용하는 데 혼란을 주고 있고, 품격 높은 우리말의 사용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막대한 장애가 예상되기에, 초등 및 중등학교에서 한자교육을 정규 교육과정에 넣어 실시하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법의 제정 취지가 한국의 교육현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첫째, 국민들이 한자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우리말을 올바로 사용하는 데 혼란이 일어나고 있지 않다. 우리말이 된 한자어는 한글로만 써도 문자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다. 현재 초·중·고 국어교과에서 한국말의 어휘 속에 들어 있는 한자어에 대해 충분히 교육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초등학교는 정규 교육과정인 재량활동·특별활동을 통해 한자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아울러 한자교육은 중·고등학교의 한문교과에서 가르치고 있다.

둘째, 한자교육의 부실 때문에 품격 높은 우리말의 사용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막대한 장애를 끼쳤다는 주장도 궤변에 불과하다. 오늘날 한글의 전용 때문에 우리말의 품격이 높아졌고, 민족문화가 꽃을 피우고 있다. 요즘처럼 한국의 문화가 세계에 영향을 준 적이 있었던가? 한글대본으로 된 드라마가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각 분야에서 한류가 일어나고 있고, 한국어의 공식문자인 한글을 배우려고 세계인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셋째, 우리말의 70% 이상을 한자어가 차지하고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이러한 주장은 일제 침략자가 만든 <조선어사전>(1920)에 뿌리를 둔 것이다. 침략자들은 사전의 올림말 수로 한자어를 70%나 되게, 순우리말은 고작 30%에 지나지 않게 만들었다. 즉 순우리말을 줄이고 한자말을 늘려 사전을 편찬하였다. 그들의 의도는 우리말글을 말살하고 한국민족에게 일한혼용체의 문장으로 된 일어를 보급하여 한국인을 일본인으로 만듦에 있었다.

그런데 광복 뒤에 한자를 좋아하는 일부 학자가 이 사전을 토대로 오늘날 쓰지도 않는 일본 한자어를 그대로 우리말 사전에 넣고 한자어가 70%라고 주장한다. 반면에 한글학회가 완성한 <큰사전>(1957)에 수록된 올림말 수를 보면, 순우리말이 47%를, 한자어가 53%를 차지하고 있다. 침략자가 만든 사전에 뿌리를 둔 주장을 신뢰해야 한다는 말인가?

이번 법안은 국회의원 3인이 발의하였지만, 그 배후에 한글전용 국어정책을 광복 이후 지금까지 비판해온 국한문혼용 선호 세력이 있다. 우리나라의 국어국문학을 장악한 경성제대 출신 인사들과 그 제자들이다. 거대 자본을 소유한 신문사도 국한문혼용체를 고집하였으나, 1988년 <한겨레>의 창간 이후 자신들의 완패를 인정하며 소리 없이 사라져갔다.

한자교육기본법의 제정에 힘을 쏟지 말고, 한글의 세계화에 힘써 주기를 바란다. 아울러 초등학교 학생들의 고통을 기성세대가 앞장서서 덜어주어야 할 것이다. 초등학생들은 현재 많은 교과목으로 힘들어하고 있고, 얼마 전에는 영어 과목까지 신설되었다. 영어 과목도 중학교에서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는다고 본다. 제발 자신들이 살아온 시대에서 얻은 낡은 국한문혼용 관행을 후대에 강요하지 말라.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지 않는가?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