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인 원광대 신문방송학과 2학년
대한민국 대입 수험생들에게 보내는 편지
안녕. 점점 더워지기 시작하는데 교실에 있는 에어컨과 선풍기는 잘 작동하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너희들은 지난 2일 치른 6월 모의평가의 난이도와 등급 컷 이야기로 실망하기도 기뻐하기도 하고 있겠지.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해서 너무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 결과가 좋다고 해서 너무 들뜨지도 않았으면 좋겠어. 방심하다간 떨어지는 것이 3학년 모의고사 성적이고, 너희들에겐 아직 여름방학이라는 기회가 남아 있으니까.
대학 2학년생인 나는 올해 수능 날짜가 며칠인지도, 6월 모의평가일이 2일인지도 몰랐다.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 순위에 올라온 것을 보고서야 알았어. 고등학교 때는 그런 시험들의 날짜와 난이도, 등급이 나의 모든 것인 양 시험 하나하나의 결과에 일희일비했는데 말이야. 그래서 반성도 많이 했다. 고등학교 때 다짐했던 것 중 하나가 ‘대학에 진학하면 내 후배들만큼은 내가 느낀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 느끼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어느새 나도 현재의 내 생활에 치여 과거의 일을 잊고 말았구나 싶었거든.
사실, 나는 고등학교 3학년 동안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했어. 대학입시라는 그 숨 막히는 경쟁구도와, 내 의지와 상관없이 하루 종일 학교에 갇혀 있어야 하는 현실이 너무 싫었거든. 그런데 왜 내 개인사를 털어놓느냐고? 나는 지금 너희들이 느끼고 있는, 그 말로 다 할 수 없는 불안감과 위기감을 아직 잊지 않았거든.
알고 있지? 요즘 대학생들이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해 광장에서 촛불집회를 하고 있다는 것을. 대학생활의 낭만과 자유를 기대하면서 지금의 상황을 버텨나가는 너희들도 있겠지만, 대학에 진학해봤자 높은 취업률만 추구하는, 매년 등록금을 인상하는 대학들 때문에 미래도 그다지 밝지 않다고 생각하는 너희들도 있을 거야. 자유로워진 학교생활, 마음껏 놀 수 있다는 해방감도 잠시, 학교는 너희들에게 좋은 학점과 소위 말하는 ‘스펙’을 쌓아 취업에 성공하라고 요구하겠지.
언제부터 학교가 단지 취업하기 위한 발판으로 사용되었을까? 대학에 가기 위해 그 힘든 수험생활을 견딘 우리인데, 언제부터 ‘인서울’ 하지 못하면 낙오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고, 대학 수업은 오직 학점을 좋게 받기 위한 수단이고, 아르바이트에 장학금까지 다 합해도 한 학기 등록금을 내지 못해 학자금 대출을 받아서 사회에 나가기도 전에 빚을 지게 되었을까?
우리는 이런 현실을 바꾸어보려 한다. 정치에 무관심하고 투표도 하지 않았던, 먹고살기 바빠 우리의 권리를 스스로 내던진 지난날을 반성하고, 이제라도 이 부당한 구조를 바꾸어보기로 했어.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개인의 성공이 아니라 더불어 잘사는 길임을 깨달았으니까.
지금 서울 광화문에선 학생들이 매일 모여 집회를 하고 있어. 30~40대 선배들도 든든한 지원을 해주고 있다.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그런데 친구들이 경찰에 잡혀갔다는 소식이 들리는구나. 하지만 우리는 멈추지 않을 거야.
우리의 참다못해 터져 나온 절규가 헛된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어. 머지않아 너희들도 겪게 될 현실이 조금이나마 나아졌으면 해. 그렇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생각해.
수능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앞서 말했듯 여름방학을 얼마나 잘 보내느냐가 관건이야. 그리고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단다. 이건 경험담이니 귀담아들어 주길 바라. 너희들의 인생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첫번째 기회이니 최선을 다하기를 바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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