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6.08 19:28
수정 : 2011.06.08 19:28
최성태 서울시 동대문구 이문2동
지난 2일 전국의 수험생을 대상으로 수능 모의평가가 열렸다. 일찍이 정부가 발표했듯 난이도가 낮았다. 그래서 예상 등급 컷이 어느 해보다도 높다. 이에 따라 학부모와 교사를 중심으로 ‘물수능’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우려대로 물수능이 과연 나쁘기만 할까?
먼저 낮아진 난이도로 인해 실력이 좋은 수험생보다는 실수를 덜 한 수험생이 대학에 간다는 우려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최상위권은 한두 문제 차이로 대학이 갈렸다. 즉,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어느 정도 운이 작용해왔다. 게다가 5~9등급 중하위권 학생들의 예상 등급 컷은, 낮아진 난이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낮음을 볼 수 있다. 결국 난이도가 높아지면 최상위권의 변별력만 높아진다. 이는 최상위권이 상대적으로 많이 속한 특목고와 강남 8학군 쪽 학생들이 유리해진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교육방송>(EBS)의 연계율 강화로 암기식 교육이 확산된다는 우려가 있다. 학생들의 사고력과 창의력이 죽는다는 소리다. 하지만 많은 기출문제에서 보듯이 교육방송의 문제를 그대로 내놓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히려 지난해 수능의 경우, 학생들이 교육방송이 반영되었는지조차 모르는 사태도 발생했다.
수험생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수능은 난이도에 관계없이 대입의 가장 큰 요소이다. 그런 면에서 ‘물수능’은 중상위권 이상의 학생들에겐 되레 새로운 대입 기회가 될 것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사교육의 영향을 많이 받는 외국어와 수리를 중심으로 ‘물수능’이 나온다면, 이들이 최상위권까지 노려볼 만한 상황이 될 것이다.
물론 대학에서 불만도 나올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논술이나 입학사정관제 등 수시와 내신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강화되고 이에 맞추어 바칼로레아와 같은 식으로 입시 제도를 개선한다면, 국·영·수 중심의 사교육은 많이 줄어들고 대학의 불만도 줄어들 것이다.
하위권 학생들에게도 ‘물수능’은 반길 만하다. 그동안 수능은 너무 어려워, 많은 학생들이 학업을 포기하고 학교에 잠만 자러 오는 상황도 많다. 이런 이들이 약간만 공부해도 오르는 성적을 보며 성취감을 맛보고 학업을 지속할 새로운 동기가 되지 않을까.
‘물수능’은 현재 상위권 학생들에게 명백히 불리하다. 하지만 이를 통해 중위권 학생들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하위권 학생들에겐 학습동기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고려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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