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구병 변산 농부
왜냐면 |
[왜냐면] 사람 대접 / 윤구병 |
진정한 인권운동가가 되려면 거쳐야 할 시련이 있답니다. 희대의 살인마나 전쟁광이 있어서 온 세상이 그 사람을 ‘죽여라’고 외쳐도 그 사람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서 온 세상과 맞서야 하는 순간이 찾아든대요.
생명운동을 하는 분들, 천성산을 지키려고 여러 달 곡기를 끊었던 지율 스님이나, 새만금 개펄 막기에 한사코 반대했던 분들, 4대강 사업에 아직도 분노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겪는 시련은 더 크겠지요.
저는 얼마 전에 대한민국 군대 사격장에서 북녘의 김일성 부자 사진을 표적지로 썼다는 소식을 듣고 정신이 아득해졌습니다. 이럴 수는 없습니다. 이래서는 안 됩니다. 남녘의 인권뿐만 아니라 북녘의 인권도 중요하다고 외치는 사람들이 어찌 이런 짓을 저지를 수 있습니까?
가끔 화가 나면, “버러지만도 못한 놈!”이라고 욕할 수는 있겠지요. 그리고 그런 말에 “왜 나를 그런 인간에게 견주어?” 하고 발칵 할 벌레의 항변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요. 그렇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그 미움을 이런 식으로 드러내서는 안 됩니다. 시정잡배도 그런 짓은 안 합니다. 그런데 그런 일이 한 나라 차원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국군의 최고 통수권자’라는 이가 이런 짓을 몰랐거나 내버려두었습니다. 무서운 일입니다. 이분들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요?
김일성·김정일 부자는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전·현직 국가원수들이 가서 만난 사람입니다.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들도 만나려고 애썼거나 실제로 만난 일이 있는 사람입니다. 게다가 현직 대통령도 만나려고 물밑 접촉을 한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그 과정에서 이런 일이 드러났습니다.
저는 대통령이 이런 짓을 직접 시켰다고 믿고 싶지 않습니다. 몰랐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통수권’에 대한 용서할 수 없는 ‘침해’나 ‘저항’입니다. 이 나라 대통령은 당장에 ‘통수권’을 회복해야 합니다. 철저히 조사해서 벌줄 사람은 벌주고, 북녘에도 진심으로 사과해야 합니다.
우리는 대통령이 없는 나라에서 허수아비를 대통령이라고 여겨 놀라 달아나는 참새 떼가 아닙니다. 천만명 가까운 사람이 죽거나 다치고 온 나라가 쑥대밭이 되었던 처참한 ‘동족상잔’의 전쟁이 다시 이 땅에서 되풀이되어서는 안 됩니다.
윤구병 변산 농부
윤구병 변산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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