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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6.01 18:23 수정 : 2011.06.01 19:48

요즘 반값 등록금이 화두다.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문제점들은 개략적으로 이런 것이다. 지난 몇년 동안의 등록금 인상률이 물가상승률의 몇배였고, 높은 등록금은 대학생들을 아르바이트 시장으로 내몰고, 학자금 대출로 학생들은 졸업 뒤에도 신용불량자가 되고, 극단적으로는 생을 포기하기도 한다는…. 그리고 대학들의 적립금이 10조원에 이르고, 등록금 수준은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높단다.

그러나 이런 반대 주장도 있다. 적립금은 대학의 발전을 위한 예비비이며 대학이 위기에 처할 때를 대비한 준비금의 성격을 갖는 것이므로 다다익선이며, 미국 하버드대학의 적립금은 몇십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항상 어떤 문제의 해답을 찾을 때는 그 본질부터 먼저 파악해야 한다. 즉 형식적인 숫자를 기준으로 문제를 파악하고 대책을 수립하는 경우에는 피상적이고 형식적인 대책만을 내놓게 될 우려가 높다.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첫째, 대학재정의 투명성을 한번 들여다봐야 한다. 학원 비리가 일반화되어가고, 대학재정이 유용되는 사건들이 늘 발생하고 있다. 현재 학교법인의 재정 상태를 학교 누리집에 게시하도록 되어 있다고 하지만, 일반인들이 학교 누리집에서 대학재정을 검색해보려 하면 어디 숨겨져 있는지 참으로 찾기 어렵다. 그리고 재정(결산보고서) 항목이 자세히 분류되어 있는 것 같지도 않다.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된 학교법인의 자료로는 학교재정을 사실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현재 대학재정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감사제도나, 외부인의 재무보고서 작성 참여는 매우 미약하고 형식적이다. 학생과 학부모와 외부인사를 참여시킨다고 하지만 모두 학교에서 임명하여 형식적인 요건만 갖춘다. 참여자 선정에서 학부모회나 동문회가 임명권을 갖는 것은 아니다. 즉 대학 재정의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할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두번째로 대학의 지출 중 학교의 외형적 규모를 확대재생산하는 건물 신축이나 토지 구입 등 자산적 지출을 왜 재학생이 부담하여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사립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사립대학은 공공성이 높다. 대학 부지를 구입하거나 시설을 확장하는 비용을 재학생이 부담해야 할 아무런 합리적 이유가 없다. 학교법인의 계정을 분리하여 학생들의 등록금은 순수하게 운영비(급여 등)로만 사용하게 하고, 대학이 외형적인 규모를 확대하는 데 필요한 자금은 국가재정에서 지원하거나 등록금 외의 준비된 자금(재단전입금)으로 마련해야 한다. 만일 지금처럼 학생들이 땅값·건물값을 부담하게 되면 재단의 주인은 학생 혹은 동문회가 되어야 한다.

재단 이사장은 초기에 적은 투자로 학교법인을 설립하고 이후 지속적으로 등록금 수입으로 학교의 외형을 키워간다. 학교재단 쪽은 중·고등학교부터 시작하여 대학으로 그 규모를 키워가는 것이 꿈이고 그 꿈을 이룬 재단들이 많다. 교비 횡령 사건이 일어나고 가족간에도 대학의 재정권을 두고 법정다툼이 벌어지는 현상은 대학이 순수한 교육법인, 비영리 법인이 아니라는 것을 밝혀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대학의 재정을 외부인이 자세히 들여다보거나 심사할 수 있는 운영위원회의 구성 혹은 감사제도의 도입을 위해 사립학교법 개정이 논의될 당시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엄청난 삭발투혼의 반대가 있었다. 순수한 교육이념과 철학으로 설립된 대학에 외부 운동권 혹은 불온세력이 침투하여 재단 운영권을 말살하려는 기도를 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대학재정이 투명하다면 외부인사의 참여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 간단한 본질을 간단하지 않게 꾸미는 치밀하고 교묘한 시도들이 있다면 국가의 미래는 어둡다. 상식이 통하는 시대가 되어야 한다.


교육은 국가의 미래이며 희망이다. 교육기관이 허물어지면 그 나라는 미래가 암울해진다. 교육기관이 자본에 잠식당하면, 그 사회는 가치관부터 잘못 생성된다. 행동하지 못하는 양심들을 길러낼 수밖에 없다. 교육자 자신이 행동하지 못하는 양심일 수밖에 없는데 어떻게 바른 교육, 실천하는 교육을 하겠는가. 이 사회에는 거대한 오류가 존재할 수도 있다. 집단 무의식, 집단 눈속임, 집단 무감각, 집단 체념 같은 것 말이다. 이런 오류가 걷히지 않는다면, 국민소득이나 수출력, 이런 것들은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조경주 학부모·서울시 노원구 상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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