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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5.27 20:53 수정 : 2011.05.27 23:21

지난 3월 11일 서울 여의도 금융위원회 앞에서 외환은행 노조원들,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과 투기자본감시센터 관계자들이 론스타 펀드와 관련해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골프장이었다. 골프장. 필자가 2007년 3월에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의 위법성을 처음 깨달은 뒤, 지난 4년 동안 그토록 원했던 해답이 이런 모습으로 나타났다. 에드거 앨런 포의 ‘도난당한 편지’에서처럼 해답은 언제나 그곳에 누구나 볼 수 있는 모습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것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을 뿐이었다.

지난 25일 <한국방송>은 9시 저녁뉴스 시간에 론스타가 일본에 ‘퍼시픽 골프 매니지먼트’라는 골프장 관리회사를 소유하고 있으며, 이 회사의 자산이 우리 돈으로 3조원을 상회한다는 사실을 특종보도 했다. 이는 곧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라는 말이다. 왜냐하면 이 회사는 은행법상 론스타의 동일인이고, 회사이며, 특히 비금융회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자산규모가 혼자만으로도 이미 3조원을 넘기 때문에 은행법상 비금융주력자 판정기준인 2조원을 훌쩍 넘는다. 따라서 론스타는 언론이 추적보도한 2005년 이후 현재까지 비금융주력자에 해당한다. 그리고 만일 2003년에도 일본에서 이와 유사한 형태로 영업활동을 했다면 외환은행 인수 당시에도 비금융주력자였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필자가 아는 한 이번 보도는 론스타가 현재 비금융주력자임을 입증한 최초의 증거다. 이 증거를 통해 이제 비로소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지 8년 만에, 그리고 비금융주력자 논란이 제기된 지 4년 만에 론스타에 대해 얼음처럼 차갑고 강철처럼 단단한 법률적 시정조처들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제 그 차갑고 단단한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자.

먼저 은행법 16조에 의해 론스타는 외환은행에 4%를 초과하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 간단한 명제의 결과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

첫째, 지난 3월31일에 있었던 외환은행 주주총회의 효력이 문제가 된다. 론스타는 은행법을 위반하여 4%를 초과하는 51%의 의결권을 행사했다. 따라서 배당이나 임원 선임에 관한 사항 등 이날 주총 결의는 모두 백지화되어야 한다.

둘째, 론스타는 이제 더이상 외환은행의 대주주가 아니다. 새로운 대주주는 6.25%를 보유한 한국수출입은행과 6.12%를 보유한 한국은행이다. 이 두 은행은 지체 없이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하고, 새로운 이사를 선임하여 외환은행의 경영권을 확보해야 한다.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이 두 은행의 사사로운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에 그렇게 해야 할 충실의무가 있다.

그다음은 론스타 주식의 처리 문제다. 은행법에 따르면 비금융주력자는 보유주식의 규모를 지체 없이 은행법상의 한도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 여기서 문제는 그 한도가 어느 수준이고 어떤 방식으로 한도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하는가이다.

2010년에 개정된 은행법 16조의2에 따르면 비금융주력자는 은행의 의결권 주식을 9%까지 보유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다. 새로 추가된 은행법 15조의2에 따르면 비금융주력자가 최대주주로서 4%를 초과하여 주식을 보유하려고 할 때에는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얻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론스타는 비금융주력자이고 최대주주이지만 이와 관련한 그 어떤 승인도 신청하거나 받은 적이 없다. 이 경우 개정 은행법 16조 1항은 4%를 초과한 주식 보유를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론스타의 주식 보유 한도는 4%다.

론스타 주식의 처리와 관련한 두번째 논점은 어떤 방식으로 “지체 없이 한도에 적합하도록”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것은 론스타가 현재 보유중인 외환은행 주식의 적법한 소유자인가 아닌가에 따라 달라진다.

론스타는 2003년 9월 외환은행 인수 신청 때 비금융주력자 판정기준과 관련한 계산 결과를 제시하면서 자신은 비금융주력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이 맞다면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적법하게 인수했지만 나중에 비금융주력자가 된 것이므로 4% 초과분만 매각하면 된다.

문제는 이 주장이 사실이 아닐 경우다. 은행법은 비금융주력자가 4%를 초과하여 은행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고 못박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론스타의 주식 취득은 위법한 것이다. 문제는 이 위법성이 외환은행 주식의 취득와 관련한 사적 계약의 효력에 대해서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주식매매 계약에는 “진술과 보장”이라는 부분이 있다. 각 거래 당사자가 거래를 수행하는 데 아무런 법률적 문제가 없다는 내용을 수록하는 부분이다. 론스타도 이런 진술과 보장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라면 이 진술과 보장은 거짓이 된다. 영미 계약법의 논리에 따르면 이 경우 대표적인 구제조처는 계약의 무효화이고, 다른 정황을 고려해야 할 경우에는 부당이득 반환이나 손해배상 책임 등이 사용된다. 따라서 론스타가 만일 2003년에 비금융주력자였다면 외환은행과 론스타가 체결한 신주인수 계약은 사실상 무효다.

이 경우 현재 보유중인 주식을 “지체 없이 한도에 적합하도록” 하는 방법이란 문제가 된 주식을 외환은행에 되돌려 주는 것이다. 물론 론스타가 이에 순순히 응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때에는 경영권이 새롭게 바뀐 외환은행이 계약의 당사자로서 론스타에 주식의 반환을 요구해야 한다. 이것은 외환은행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기에 외환은행의 경영진은 이를 수행해야 할 충실의무가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윈스턴 처칠은 연합군이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성공시켜 반전의 기회를 마련하자 “시작은 끝나고 끝이 시작되었다”고 일갈했다. 이제 론스타의 끝이 시작되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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