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
[독자시]그림자 - 강정마을 |
평화의 섬 제주에
강정마을이 있다
아버지의 아버지 어머니의 어머니가
고된 하루를
바다에 부려놓고 돌아올 때도
마을은 하나였다
말하지 않아도
보지 않아도
숨소리만 들어도
그 숨소리에
서로를 보듬고
서로의 울타리가 되었다
마을 수호신처럼 서 있는
범섬을 보았고
지는 해를 바다로 보냈다
어느 날
마을에 그림자가 찾아들었고
그림자는 사람들을 둘로 갈라놓았다
어제까지 바다 앞에서
자식 이야기를 했고 손주 이야기를 했는데
오늘은 자식도 손주도 그림자에 묶여 있다
바람도 쉬었다 가는 마을에
어두운 그림자가 찾아들면서
사람들 마음에 벽을 만들고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끝내는 눈을 멀게 했다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
어머니의 어머니가 살 때
분명 하나였는데
누가 마을을 둘로 갈라놓았을까
김희정/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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