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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5.25 19:53 수정 : 2011.05.25 19:54

21일치 논쟁 ‘스티븐 호킹의 “천국은 없다” 발언에 대하여’를 읽고

과학적 무신론자에게는, 우주에는 신이 없고 있을 필요도 없다. 시공간의 탄생을 설명한 빅뱅과 나노의 발견과 진화론 등 자연과학의 성과로 신이 없이도 자연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아니, 신이 없어야 자연을 더 잘 설명할 수 있다. 과학을 단순하게 정의하면, ‘물질과 현상을 증거로만 주장함’이다. ‘과학적 증거’ 없이 주장하는 사후세계는 버트런드 러셀이 비유한 ‘차주전자’, 무신론자들이 내세우는 패러디 종교의 신인 ‘나는 스파게티 괴물’(FSM·Flying Spaghetti Monster), 칼 세이건이 비유한 ‘보이지 않는 용’에 대한 믿음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

스티븐 호킹 박사의 “천국은 없다” 발언을 반박한 한종호 <기독교사상> 주간의 글 ‘사후세계는 과학적 분석대상 아니다’는 전체적으로 과학에 대한 오해와 무지였다. 과학적 사고방식을 알고 적용하지 않으면, 대부분의 사람들, 심지어 과학자조차 그렇지만 특히 유신론자나 창조론자들은 과학을 알게 모르게 자기 마음대로 해석한다. 어떠한 용어에 대한 정의를 자기 마음대로 내리거나 내리지 않고, 혹은 내리지 못하고 논리를 전개하는데, 이는 ‘자연과학’에 대한 오해나 무지에서 비롯한다. 한종호 주간도 예외가 아니었다. 과학을 자의적으로 정의하고는 과학을 단죄하였다.

우선 과학은 경험과 논리만이 아니다. 과학은 인간의 기억과 이해, 사물의 인식 등에 있어 얼마나 오류에 빠지기 쉬운가를 철저히 인식하므로 ‘증거로만’ 말한다. 한종호 주간이 주장한 패러다임론 또한 마찬가지이다. ‘중력이 없다는 패러다임에서는 중력이 없어지는가’에 대한 답만으로도 패러다임론을 충분히 반박할 수 있다. 토머스 쿤의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현재 패러다임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자기의 주장 또한 하나의 패러다임에 불과하므로 논리적 파산에 직면할 뿐이다. 종교적 영성으로 과학이 발견하지 못하는 그 무엇을 알 수 있다는 주장 또한 과학은 그러한 경험의 대부분이 착각·오해이며, 뇌의 작용일 뿐임을 알고 있다. 뇌의 일부분을 제거하면 신앙심이 사라지고, 인간이 가장 고귀하게 여긴 모성애조차 호르몬이 없으면 사라짐을 과학은 알고 있다.

대부분의 종교는 증거 없는 주장이며, 과학은 증거로만 하는 주장이다. 인간의 이성이 한계가 있다면, 어떤 주장이 더 논리적인가? 모든 현상에 대한 답이 되는 신은, 어떠한 답도 주지 못한다. 인간은 이성을 가졌으나, 이성적이지는 않다. 오히려 감정적인데, 적자생존과 종족보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극도의 불행을 겪은 인간의 감정 처리와 이해에서는 종교와 사후세계가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이러한 인간의 행동과 사고 양식을 나는 ‘비합리의 합리성’이라고 한다. 종교의 유무와 인간의 도덕성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간은 종교라는 유모가 주는 이유식 없이도 자연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하였다. 니체의 ‘샛길로 온 신’의 요청론적·논리적 무신론을 넘어 과학적 무신론의 시대에, 인간은 언제까지 사후세계라는 기저귀를 차고 갓난아이의 사유방식으로 살아야 할까?

김승열 의사·경북 경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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