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
참 역사교육을 기대하며 |
학교 영어독해 수업시간에 2차 세계대전에 관한 지문이 나왔다. 그 지문과 관련해 선생님이 우리나라의 분단된 역사에 대해 설명해 주었는데, 타국의 힘에 의한 분단 역사에 대한 정말 인상 깊은 수업이었다. 놀라운 점은 우리 반에 분단의 역사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학생이 단 한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선생님은 영어책을 덮으면서 우리나라 역사 하나 제대로 모르는 학생들에게 이런 외국어를 가르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회의감을 표하며 교육 현실을 꼬집었다. 영어 선생님이 역사 교육을 강조하는 모습이 아이로니컬했지만 그 때문에 그 모습이 뇌리에 박혀 잊혀지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얼마 전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내년부터 한국사를 고교 필수과목으로 지정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문과, 이과, 예체능계열 상관없이 필수적으로 정해진 시간의 수업을 이수해야 한다. 그동안 높은 난이도로 사회탐구 영역에서 도외시됐던 한국사 수업이 의무적으로 진행되니 학생들의 역사의식 함양과 역사에 대한 바른 이해의 향상을 위해서 정말 잘된 일이다. 하지만 수능에서는 여전히 필수가 아닌 선택과목으로 남게 되면서 과연 이러한 교육과정 변화가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제쳐두고라도,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번 역사교육 강화 방안은 의미있는 일이다. 오래전부터 끊임없이 회자되었던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최근에 화두가 된 일본의 노골적인 교과서 왜곡 등 주변국의 역사적 도발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대응이라고 생각한다. 단순 암기 유도식으로 구성되었던 교과서도 쉽고 재미있게 전면 수정할 계획이라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된다. 일본이나 미국과의 외교적인 문제에는 극히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정작 우리 역사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우리들의 모순된 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한국사 교육의 확대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교육 정책의 큰 변화인 만큼 수험생들의 눈에는 현실적으로 달갑지만은 않게 보일 수도 있다. 눈높이에 맞춘 교과서의 전면 수정 이외에도, 70만 수험생의 대입 현실도 고려한 정부의 적절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정책의 변화는 시작일 뿐이다. 한국사에 대한 교육이 학생이나 교육자 등을 넘어서 전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확대되어야 한다. 그리고 대입을 목적으로 하는 한국사 교육이 아닌, 진정한 역사의식을 심어줄 수 있는 교육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에게 진심으로 다가왔던 영어 선생님의 열정 어린 역사 이야기가 그랬듯 말이다.
유청 광주광역시 정광고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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