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
[왜냐면] 이 대통령이 주문한 ‘학벌 타파’를 위한 제언/박현옥 |
신문을 보다가 눈에 띄는 기사를 하나 발견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관료 사회의 학벌 타파’를 주문했다는 내용의 기사다. 물론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가는 곳마다 그 상황에 대한 방편을 주문도 하고 직접 시행도 하시겠지만, 이 말이 더 내 귀에 와 닿은 이유는 다른 기사에 실린, 삭발한 여대생이 청와대 앞에서 반값 등록금 공약을 지키라는 눈물의 호소를 하고 있는 대목이 맘에 걸려서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대학에 다니던 때는 지금과 같이 극심하게 대학만큼은 서울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 팽배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취업을 할 때도 그리 큰 차별을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던 것이 꼭 한 세대 뒤 ‘서울에 있으면 다 서울대’라고 할 만큼 지방대와 서울 소재 대학의 격차는 커졌다.
이 대통령의 관료 사회의 학벌 타파 발언을 접하니 지난해 9월6일치 <한겨레> ‘정연주 칼럼’에 실렸던 글이 생각났다. 그 글은 자신이 한국방송공사 사장으로 있을 때 새로운 직원 채용방식을 시행했던 일에 대한 감회였다. 그것은 미국의 ‘어퍼머티브 액션’(약자보호정책)의 정신을 실현하고 싶어서 도입한 ‘지방대 할당제’와 ‘블라인드 심사’(선발 과정에서 응시자의 출신 지역, 학교, 가족 상황에 대한 기록을 모두 없애는 방식)가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글을 읽을 때 든 생각은 공기업 사장 한명의 발상이 가져온 신선한 변화에 대한 놀라움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생각은 대기업 사장이, 더 나아가 대통령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실천으로 옮긴다면 얼마나 어마어마한 효과가 있을지에 대한 설렘이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이 단순한 선심성이 아니라면 이것이야말로 그 얼마나 실천하기에 좋은 방안인가. 지방대 할당제까지는 당장에 바라지도 않는다. 보나 마나 평등하지 않다는 둥 여러 가지 이견이 있을 수 있고, 그러다 보면 시간도 걸리고 도중에 흐지부지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블라인드 심사는 국가와 공기업에서 시행하는 시험에서부터 바로 도입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느 모로 보나 공정하고 우리 사회가 지금 골머리를 앓는 교육 문제도 해소되고 전국의 균형발전도 자연스레 이룰 수 있는 방법이며, 대통령의 의지만 있다면 예산도 필요 없이 당장이라도 시행할 수 있는 일석삼조 이상의 효과가 있을 정책이 아닐까 싶다.
난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다. 그래서 내 아이들 세대는 지금의 이 각박한 현실보다는 좀더 나은 세상에서 살기를 바란다. 요즘 아이들이 처한 현실은 여기에 옮겨 적기조차도 너무 참담하다. 정말 이대로는 안 된다. 나중에 이런 정책을 실행한 일을 두고 “내가 잘한 일로는…”으로 이어지는 자화자찬을 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 싶다. 박현옥 전북 전주시 완산구 서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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