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교육은 항상 새로이 만들어가는 과정임을 생각하면 미래를 긍정하고 낙관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우리 사회에서 불안조장 교육, 좌절 교육이 바닥을 칠 때도 됐다. 견딜 수 없는 한계점에 도달한 지 오래됐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남 탓이 아니다. 미래는 우리 한명 한명이 선택하는 것이다. 이철국 대안중등 ‘불이학교’ 교장
왜냐면 |
[왜냐면] 학부모들의 불안을 걷어내려면/이철국 |
그다지 멀지 않은 미래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현재의 모습은 틀림없이 ‘그 당시 한국 사회에 한 유령이, 불안이라는 유령이 맴돌고 있었지’라고 이해되지 않을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공교육 바깥의 대안교육과 제도교육 안의 혁신교육이 손잡고 고군분투한 결과 학부모들이 잃어버린 것은 불안밖에 없었고, 그들에게는 얻어야 할 새로운 교육이 있었다’는 식의 선언은 필요하지 않다. 자신이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가치와 신념을 선언으로 관철하려는 방식은 이제 먹혀들지 않기 때문이다.
시험성적이나 고액과외에 관한 이야기들을 듣고 있노라면 서로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는 그런 고민 안 하니까. 많은 학부모와 아이들을 괴롭히고 있는 주범으로 지목되는 사교육비, 선행학습, 학원, 입시경쟁 등등의 단어는 대안교육 동네에서는 낯설다. 우리 사회 학부모들의 각종 눈물겨운 분투기를 접하며 분투하는 동안 잃어버렸을 에너지와 돈과 시간과 정체성을 생각하면 눈물겹다.
대안학교에는 협동과 민주주의가 있고, 존중과 배려가 있고, 예술과 체험활동이 있고, 자치와 즐거움이 있다. 없는 것은 체벌과 경쟁과 자살과 줄세우기다. 그래서 어쩌라고? 잠깐, 흥분하지 마시라.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제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는 태도가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불안과 두려움을 팔아서 먹고사는 사람들 외에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되는 불안의 정체를 직시해서 그 유령을 쫓아내는 데 힘을 모으자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나는 30년 가까이 교사로 살아왔다. 이제는 달관할 때도 됐건만, 학부모들이 매년 비슷한 고민을 되풀이하는 것을 보면서 직업병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 안타까움을 느낀다. 낮에는 이명박 정권을 비판하면서 자기 자녀에겐 학원 순례를 시키는 사람들을 일컫는 ‘내 안의 이명박’이라는 글을 읽으며 가슴이 아팠다. 어쩌면 거울에 비친 우리 모두의 자화상일지도 모르니까.
이제 알게 된 것은 아이를 일반학교에 보내느냐 대안학교에 보내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녀를 학원에 보내느냐 안 보내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부모들이 스스로 근육을 키우는 것이다. 1등도, 엄친아도, 조급함도 넘볼 수 없는 뼛속에 새겨진 근육 말이다. 그 근육 중에는 불안하게 성장하는 아이와 함께 차라리 정직하게 불안해하는 것도 포함된다.
30여년에 이르는 나의 교육활동은 사실 학부모들의 불안감과 싸운 역사였다. 아직도 당최 이 싸움은 끝날 줄 모른다. 우리 마음속의 불안을 한번 살펴본다. 아이가 전교 1등을 하면, 그래서 아이가 서울대에 들어가면, 그래서 아이가 삼성에 취직하면 불안하지 않을까?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지금처럼 살아도 아무 말 하지 않겠다. 그렇지만 그래도 여전히 불안하다면 달리 생각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방식과 살아가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자녀 교육에 대한 다종다양한 실패와 성공이라는 구도를 사뿐히 넘어서는 곳으로 시선을 돌려봐야 한다. 그곳에서 ‘모든 아이들은 우리 모두의 아이’라는 보편적 교육복지 개념이 보일 것이다. 나는 이것이 바로 공교육·대안교육을 떠나서 교육다운 교육을 이루기 위한 최대한의 공감대라고 생각한다.
대안교육도 영어와 수학을 고민하는가? 그렇다. 대안학교도 대학입시를 고민하는가? 역시 그렇다. 고민의 방식과 전망이 약간 다를 뿐이다. 대안교육의 신비스런 면을 걷고 보면 의외로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이 시대의 같은 학부모로서 공통점이 많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공교육은 대안교육의 실현가능한 장점을 받아들여서 혁신학교를 도입하였고, 대안교육은 혁신학교를 보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있다. 대안학교가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듯이, 혁신학교도 아직 미흡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공교육은 더 많이 혁신학교 쪽으로 이동하고, 대안교육은 더 포용적으로 바꿔서 서로 손을 잡는 것에서 미래 창의교육의 단초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교육은 항상 새로이 만들어가는 과정임을 생각하면 미래를 긍정하고 낙관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우리 사회에서 불안조장 교육, 좌절 교육이 바닥을 칠 때도 됐다. 견딜 수 없는 한계점에 도달한 지 오래됐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남 탓이 아니다. 미래는 우리 한명 한명이 선택하는 것이다. 이철국 대안중등 ‘불이학교’ 교장
인간은, 교육은 항상 새로이 만들어가는 과정임을 생각하면 미래를 긍정하고 낙관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우리 사회에서 불안조장 교육, 좌절 교육이 바닥을 칠 때도 됐다. 견딜 수 없는 한계점에 도달한 지 오래됐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남 탓이 아니다. 미래는 우리 한명 한명이 선택하는 것이다. 이철국 대안중등 ‘불이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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