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
[왜냐면] 누구를 위한 등록금인가/김호경 |
세계에서 둘째로 등록금이 비싼 나라가 대한민국이라고 한다. 언론은 비싼 등록금에 맞서 투쟁하기 위해 머리카락까지 잘라내는 학생들의 투혼을 다루고, 나는 책상에 앉아 그것들을 읽으며 꽉 막힌 가슴에 마른침 한 번 꿀꺽 삼킨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내 모습이 부끄럽고 미안할 뿐이다. 나는 그 비싼 등록금을 4년째 내고 있는 대학생이다. 10년 동안 등록금이 83%나 올랐다는데 도대체 그 비싼 등록금은 다 어디로 간 걸까?
주위를 한번 둘러본다. 우리와 가장 밀접한 위치에서 강의를 하고 계시는 ‘시간강사’라고 불리는 교수님들을 본다. 그들은 획일화된 고등교육에 담겨 있던 발이 채 마르지도 않은 우리에게 입을 떡 벌릴 만큼 수준 높은 강의를 선사(?)한다. 새롭고 흥미로우면서도 깊이가 있다. 그들의 강의 열정은 뜨겁다. 놀랍다. 시간강사들의 월급은 기초 생활을 하기에도 버겁다. 자살률이 매우 높다. 이 문제는 아주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수업이 끝났다. 청소하시는 분들이 강의실 청소를 시작하신다. 우리 부모님보다도 나이가 많으신 것 같다. 돌봄 노동이 힘들다는 건 우리 모두가 안다. 청소 노동자들의 파업도 논쟁의 중심에 섰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단지 기본적인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최저임금을 달라는 것뿐이다. 그 힘든 노동 중에 쉴 시간도 공간도 없다고 한다. 얼마나 힘드실지 내가 감히 평하기도 죄송스럽다.
도서관으로 갔다. 오늘 나에게 필요한 건 책 펴고 공부할 수 있는 책상 한 칸, 그리고 커피 한잔 하면서 동기들과 취업 걱정에 함께 징징댈 수 있는 테이블 한 칸이었다.
등록금이 장학금과 연수비용, 또다른 다양한 곳에 쓰이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고 믿고 싶다. 하지만 줄여 달라, 등록금. 학생들이 학교를 포기할 만큼, 휴학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릴 만큼 이렇게 비쌀 필요가 있을까. 부모님들이 학교의 비싼 등록금 앞에서 죄스러운 마음을 가질 만큼 비쌀 필요가 있을까. 줄여 달라, 등록금. 김호경 경기도 의정부 호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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