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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5.18 18:22 수정 : 2011.05.18 18:22

‘보편적 복지, 스웨덴의 길’ 시리즈를 읽고

스웨덴으로 이주해서 산 지 20년이 조금 넘었다. 동포인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두 아이를 낳아 기르며 살고 있다. 스웨덴이 복지천국이란 걸 실감한 건 아마도 첫아이의 출산에 즈음해서였던 것 같다. 출산 때까지 매달 정기 검진은 물론이고, 순조로운 출산을 위한 강좌에 철분제 처방 등 사소한 부분까지 국가의 서비스가 미치는 게 참 신기하기만 했다. 쌀밥을 먹은 직후 혈당을 재면 대개 정상치보다 조금 더 높은 수치가 나오는데, 나의 이런 설명에도 굳이 재검사를 고집하는 간호사의 모습에서 첫 임신이 주는 불안감을 떨쳐낼 수 있었다.

복지라고 하면 대개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에게 정부가 ‘경제적’인 도움을 주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던 터라, 출산을 무상으로 할 수 있다는 점보다는 이렇듯 산모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제도 속에 녹아 있다는 게 더 놀라웠다. 아이가 태어난 직후, 시어머님이 저녁 느지막이 면회를 오셨다. 그런데 간호사가 산모도 힘들지만 아이 또한 좁은 산도를 통해 세상으로 나오느라 많이 지쳐 있다며, 아이의 쉴 권리를 위해 면회를 거절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이제 막 태어난 아기에게도 인권이 있다는 말은 참 낯설었지만, 생각해보면 그게 복지의 출발점이 아닌가 싶다.

퇴원하자 아이의 병원 기록은 동네 보건소로 넘어갔고, 그곳 간호사가 집으로 찾아왔다. 모유 수유 및 예방 접종 등 자녀 양육에 관한 여러 사항을 꼼꼼하게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담당 간호사는 정기적으로 아이의 체중과 키를 측정하고, 예방 접종 및 발육 상태를 기록했다.

아이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초등학교에서 대학 및 대학원 과정에 이르기까지 원하는 만큼의 교육이 무상으로 제공된다. 가정에서 아이의 공간을 확보해주기 위해 주택보조금이 지급되고, 만 16살까지 매달 아동수당도 나온다. 우리 아이들은 큰아이가 열여섯살, 작은 아이가 열네살이 되는데 여태껏 학용품 하나, 교과서 한권 산 게 없다. 남편과 내가 제공한 건 옷가지와 약간의 유아원 비용, 아침 및 저녁식사, 그리고 넘치도록 함께했던 시간이었다.

스웨덴 사회의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다 각자의 처지에서 복지 혜택을 누린다. 직장인은 자기계발을 위한 평생교육 서비스를, 몸이 아픈 사람은 무상의료 서비스 및 병가수당을, 노인은 연금 및 양로원 혹은 가정도우미 서비스를 받는다. 세상을 떠난 이들에겐 묘지 및 장례비용의 일부가 지원된다. 말 그대로 요람에서 무덤까지인 셈이다.

정혜영 스웨덴 스톡홀름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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