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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5.16 23:07 수정 : 2011.05.17 09:39

어버이날 늦은 밤 잠자리에 들었는데 아래층의 텔레비전 소리가 귀에 거슬린다. 어찌 이 시간까지 소란한지 의아스러웠는데 곧 이해가 되었다. 이틀 뒤가 석가탄신일이니 아마 샌드위치 휴일에 여유가 생긴 모양이다.

이번에 황금연휴를 즐긴 시민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지역아동센터와 같은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황금연휴에도 맘 편히 나들이 계획을 짜기가 쉽지 않다. 명절이나 공휴일에는 혹시 가정에서 방임되는 취약계층 어린이들이 소외당하고 더 어려움에 처하지 않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편히 쉬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도 어린이날이면 쉬거나 자신의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을 터이다. 하지만 아이들 보호자 대부분이 한부모이거나 저소득 취약계층이어서 휴일에도 생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아 어린이날이나 명절에도 어린이들이 밥을 굶거나 홀로 방임되는 일이 적지 않기 때문에 센터를 열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토요 휴업 역시 센터 어린이들의 보호자는 예외인 경우가 많다. 등교를 하지 않는 날은 아침 밥을 굶고 센터에 오고, 등교를 하는 날이면 하교 뒤 곧바로 센터로 온다. 토요일에는 어린이들의 문화 체험이나 나들이로 밖으로 나가는 일이 많아서 일과를 마치면 파김치가 되어 휴일을 맞게 된다.

일요일도 휴식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직장인 자원봉사나 후원 행사 등을 일요일에 제안해오기 때문이다. 지역아동센터의 정부 보조금 지원율이 절반 수준인 상황에서 지원 단체나 후원자의 도움은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부족한 운영비로 감히 꿈꿔볼 수도 없는 제안을 해오면 때로는 아이들보다 교사들이 더 기뻐하며 일요일도 기꺼이 반납한다. 그러다 보면 7일을 꼬박 근무하는 주도 심심찮게 생긴다.

여기서 문제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지역아동센터의 종사자가 센터당 2~3명에 불과해 이렇게 초과근무를 해도 따로 쉴 수 있는 여유가 없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부족한 정부 보조금에 열악한 재정여건 탓에 초과근무수당은 고사하고 사회복지사가 태반인 종사자들의 급여가 최저임금을 겨우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열악한 처우와 근무조건은 마음과 달리 종사자들이 현장을 떠나게 만들고, 이는 정작 어린이를 돌보는 일에 누가 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나 일부 지자체는 설이나 추석 등 명절에도 근무를 하라고 요구하고, 어린이 방임을 방지한다며 공휴일은 ‘공무원이 쉬는 날’이란 공문을 내려 센터의 운영을 종용한다. 정부가 충분한 지원은 하지 않으면서 정작 종사자들의 소진과 이직을 부추겨 돌봄을 피폐하게 만드는 장본인이 되고 있다. 사회 전체가 주5일 근무제 등으로 학교에서 아이들이 머물 시간이 적어지면 지역아동센터는 그만큼 부담이 커지게 된다. 하지만 저질의 사회서비스 일자리가 모두 그러하듯 이에 대한 적절한 사회적 보상은 꿈도 꿀 수 없다.

어린이들을 가장 잘 보살필 수 있으려면 보살피는 이의 몸과 마음이 우선 편안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가 적절한 자기 몫을 다해야 한다. 모두가 쉬고 있는 그 시간에 누군가는 이 사회를 위해 애쓰고 있음을 기억해주기 바란다. 그들이 너무 일찍 쓰러지지 않도록 달력에 빨간 날이 돌아올 때 정부와 사회의 몫을 기억해주기 바란다. 나도 어버이날에는 누군가의 자식이 되어 부모님을 찾아뵈어야 한다. 제발 그런 날이라도 맘 편히 쉬고 싶다.


성태숙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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