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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5.16 23:07 수정 : 2011.05.23 20:54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얼마 전의 일이다. 복도를 청소하고 계시는 아주머니 앞에서 몇몇 학생이 아무렇지도 않게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아주머니는 청소 도구가 가득 담긴 통을 힘겹게 옮겨 방금 청소한 곳으로 돌아와 쓰레기를 주웠지만, 복도 창가에 또 누군가가 함부로 버린 음료수 병이 있었다. 아주머니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버거워 보였다.

 최근 서울시내 대학교의 청소용역 노동자들이 파업을 한 적이 있다. 이 일을 계기로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보수와 변변한 휴게실조차 없는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고생하는 청소용역 노동자들의 상황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여론의 공감으로, 만족스럽진 않지만 처우 개선을 이뤄냈다.

 그러나 저임금과 열악한 근무환경은 중·고등학교 청소용역 노동자가 더 심할 것이다. 내가 다니는 학교만 해도 청소를 담당하는 인원은 50대 아주머니 한 분이 유일하다.

 남자고등학교에서 환경미화를 담당하는 아주머니의 손길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쉬는 시간이면 많은 학생들이 매점으로 달려가 빵과 음료를 사 먹는데, 먹고 남은 쓰레기를 아무렇게나 버리는 친구가 많아 복도에 쓰레기가 없는 날을 손꼽을 지경이다.

 더욱 난감한 공간은 화장실이다. 10분의 시간이지만 쉬는 시간이 지나고 나면 화장실은 아무렇게나 버려진 휴지와 이리저리 튄 물기로 가득하다. 심지어 볼일을 보고 물조차 내리지 않는 학생도 있다. 학교 건물의 이 모든 뒤처리를 청소용역 아주머니 한 분이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아주머니는 아침 7∼8시, 학교에 출근해서 학교 건물을 한 바퀴 돌며 쓰레기를 줍는 것으로 업무를 시작하신다고 한다. 서둘러 아침을 해결한 뒤, 학생들의 수업이 시작되면 복도를 쓸고, 대걸레질을 한다. 그러나 쉬는 시간이 되면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는 학생들 때문에 복도는 청소 이전의 상태로 원상복구가 된단다. 모든 수업이 끝나는 오후 6시까지 쓸고 닦기를 반복해도 쓰레기는 끝없이 나와서 30~40분 남짓의 시간 안에 점심을 해결하고 빗자루를 쥐고 나서야 한단다.

 중·고등학교 청소용역 노동자의 더 큰 문제점은 대학교 청소용역 노동자들처럼 목소리를 모을 수 없다는 것이다. 중·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청소용역 노동자는 우리 학교처럼 한두 명에 불과하다. 즉, 대학교의 청소용역 노동자들처럼 처우 개선을 위해 자신들의 주장을 하나로 모아 외칠 수도 없고, 서로 의지할 동료도 없는 것이다.

  중·고등학교 청소용역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이 더욱 세심하게 살펴주길 바란다. 아울러 학생은 공부하는 공간이 항상 청결하게 관리되는 것은 모두 이들의 노고 덕분임을 깨닫고 감사의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청소용역 노동자의 노고가 없었다면 우리는 쓰레기 더미에 앉아 공부를 해야 할지 모른다. 쓰레기를 버리기 전에 교단 밖의 선생님이자 학교의 어버이나 다름없는 이분들의 고생을 생각해야만 한다. 김동언/서울 OO고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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