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교육에 대한 고민을 통해
엄마인 나 또한 성장해간다
‘어떻게 키울 것인가’란 질문은
‘어떻게 살 것인가’로 귀결된다
김승연 사회복지사·인천시 연수구 연수동
올해 12년의 긴 전업주부 삶을 지나 드디어 직장맘이 되었을 때 ‘그동안 피아노학원만 다니며 집에서 문제집으로 학교 공부를 해왔던 5학년, 2학년 두 아들을 학원으로 보내야 하는가’라는 초등학교 입학 이후 계속되어왔던 고민이 좀더 절실하게 내게 던져졌다. 과감히 학원의 유혹을 떨치고 저녁때 한 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을 공부를 가르치며 맞이한 새 학년 첫 중간고사….
직장생활로 힘든 몸을 이끌고 공부를 봐줬건만 점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가슴이 답답해진 순간, 5월4일치 ‘왜냐면’에 ‘나의 학원교육 분패기’를 읽고 “그래, 학원을 보내야겠어”라며 마음을 다잡으려고 애썼다. 학원을 보내지 않으려는 내 마음이 결국 아이들의 인생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아닐까 거듭되는 질문을 던지며 말이다.
학원을 보내지 않고 아이답게 어린 시절을 채워가며 자라기를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좋은 성적을 받기를 바라는 두 마음이 항상 부딪히며 괴로운 마음만 쌓여가던 중, 5월11일치 ‘왜냐면’에 실린 ‘나의 학원교육 압승기’라는 제목을 보고 ‘그래, 학원에 보내지 않아도 압승할 수 있구나!’라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으나, 그것도 잠시. 글을 모두 읽고 나서는 혼란스러움만 더해갔다. 독서, 사색, 토론, 여행이나 취미활동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주는 일이나 대안학교에 보내는 일이 경제적으로 빠듯한 가계를 꾸려가는 가정에서 얼마나 가능한가 하는 점과 그러한 과정을 통해 결국 명문대에 진학한 것이 ‘압승’이라는 감정을 부모에게 가능하게 했다는 점 때문이다.
두 글을 모두 읽은 뒤, 내 답답해진 마음은 결국은 공교육이라는 틀 안에서 자녀교육의 올바른 방향성이 제시되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로 인해 대한민국의 부모들이 분패 또는 압승이라는 극과 극의 감정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게 아닌가 싶어졌다.
공교육 안에서 모든 아이들이 그 존재만으로도 인정받고 아이들의 개성이 맘껏 발휘되며 자신의 꿈을 찾아 진로를 정하고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행복할 수 있는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 공교육의 현실이 아닌가?
우리 사회가 직업의 귀천을 너무나 당연하게 인식하고 인정하며 사람의 귀천을 나누고 “부자 되세요”라고 외치며 물질적 가치를 우선시하며 달려왔기에 ‘성공’이라는 단어에 집착하게 되었고, 그러한 사회적 인식과 분위기로 인해 내 자녀의 어린 시절을 사교육으로 채우고 사교육을 하지 않더라도 다른 여러 가지 방법으로 명문대에 진학시키려는 열망을 당연스레 가지게 된 것은 아닌가? 그로 인해 자녀교육에 대한 올바른 철학을 가지지도 지키지도 못한 채 오늘도 괴로워하고 있는 것이 바로 나, 엄마의 모습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내 자신이 처량해지기까지 한다.
그러나 자녀교육에 대한 고민과 갈등을 통해 성장해가는 것은 비단 자녀뿐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엄마인 나 자신 또한 성장해가는 과정인 것이다. ‘자녀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라는 질문은 결국은 ‘내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일맥상통하는 질문은 엄마라는 역할이 지속되는 한, 인간으로서의 삶이 끝나지 않는 한 계속될 것이다.
오늘의 행복이 내일의 행복을 장담하지도, 오늘의 불행이 내일의 불행을 장담하지도 않는, 어찌 보면 불안한 인생길을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부모와 아이들이 현재의 삶에 충실하고 감사하며 함께 나누는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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