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5.13 20:29
수정 : 2011.05.13 20:29
학생들은 ‘루저’가 되지 않으려
이 학원 저학원으로 전전한다
이런 공교육 붕괴에 대한 모두의
성찰과 인식과 고민을 바란다
윤현희 서울시 강남구 도곡2동
지난 5월4일 ‘왜냐면’에 게재된 ‘나의 학원교육 분패기’에 대해 여러분들이 의견을 주셨다. 아쉬운 점은, 물론 글쓴이가 분에 겨워 논점을 명확히 하지 못해 그렇겠지만, 나의 글이 ‘아이 성적을 위해 학원을 보내야 한다’는 뜻으로만 읽혔다는 점이다. 그러나 내가 실제로 하려 했던 이야기는 공교육과 아이의 자율성을 믿던 엄마의 좌절, 그리고 학생을 학원으로 내모는 공교육 붕괴에 대한 성토였다.
나도 알고 있다. 가장 좋은 공부법은, 얼마 전까지 우리 아이가 해왔던 것처럼, 계속 혼자서 열심히 자기의 계획을 가지고 공부를 해나가는 것이다. 어차피 모두가 목표로 삼아 달려가고 있는 것은 고등학교 3학년 때 보는 수능이고(심지어 그 이후에도 볼 수 있다), 지금 학교에서 선행학습이 되어 있다고 하는 아이들이 알고 있는 수학의 내용을 우리 아이도 수능 보기 전에는 알게 될 것이다. 지금 당장의 성적이 모두가 아니다. 조급하게 마음먹지 않으면 된다. 그렇다. 나도 알고 있다. 그러고 싶다. 우리 아이에게도 그렇게 말해주었다. 그러나 우리 아이는 학교에서 ‘수학 못하는 아이’로 낙인찍힌 채 생활하기는 싫다고 했다. 상·중·하로 나뉜 반 가운데 중반이나 하반에서 수업을 받는 것은 참을 수 없다는 것이다. 왜? ‘루저’처럼 보이니까….
이러는 아이에게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세상에서 ‘위너’로만 살 수는 없으니 일찍 루저를 경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위로하면서, 어차피 세상에는 계급적·지식적 차이에 따른 차별이 존재하니 사회를 일찍 경험하는 거라고 생각하라고, 혼자서 계속 너의 힘을 기르라고 했어야 하는가.
문제는 학원을 보내고 안 보내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명문대를 보내고 안 보내고의 문제는 더더구나 아니었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학교에서 가르쳐야 할 것은 더도 덜도 말고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 이상을 학생들에게 요구하지 말라는 것이다. 아예 대놓고 말하자면, 시험문제를, 학생 변별을 위해서라는 이유로, 그 과정 공부만으로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도저히 제시간에 풀 수 없는 수준의 문제를 내지 말라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알아야 할 것을 알고 있는가를 확인하는 것이 학교시험이지, 누가 가장 수학을 잘하나를(누가 이미 수학에 대해 가장 많이 공부해 놓았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학교시험은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면 학교는 왜 그것을 알아내야 하는가? 그걸 알아봐달라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상급학교들이다. 특목고, 자사고 등 이른바 일류고와 스카이(SKY)대로 불리는 일류대들 말이다. 누가 가장 수학을 잘하나를 알아내야겠다는, 알아내달라는 상급학교의 심악스러움 때문에, 학교마저도 학생들을 학원으로 내몰고 온 나라의 학생들은 ‘루저’가 되지 않기 위해 학교가 끝난 다음에도 이 학원 저 학원으로 전전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이런 공교육 붕괴에 대한 모두의 성찰과 인식과 고민이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