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5.10 20:16
수정 : 2011.05.10 20:16
지금이라도 민주당이
한-유럽연합 FTA 재협상과
상생법·유통법 개정을 위해
나설 것을 촉구한다
최창우 노원 SSM 입점반대 대책위 대표
민주당이 야권연대로 재보선에서 이기자마자 연합세력을 보기 좋게 배신하는 강수를 뒀다. 한나라당과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FTA) 합의 처리를 약속했고 결국 국회에서 한나라당의 강행 처리를 묵인하는 행동을 했다. 민주당의 행동이 선거 전 야권연대 때 합의한 핵심 내용인 ‘전면적 검증 없는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 비준 저지’ 약속의 파기선언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는 연합 파트너였던 진보정당을 동등한 인격체로 보는 게 아니고 단지 자기들의 부속품 정도로 보는 시각을 드러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진보정당을 배신해도 다음 선거 때가 되면 결국은 ‘이미 집토끼가 된 진보정당’이 자신의 품 안에 머물 거라고 생각하고 중산층 지지를 받기 위한 산토끼 몰이에 나선 것 아닐까.
그러나 민주당이 이렇게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믿음직한 의리의 길이 아니라 얍삽한 잔머리를 굴리는 배신의 길을 가는 건 스스로의 목숨을 재촉하는 것밖에 안 된다. 이번처럼 친구를 배신하는 건 집토끼도 산토끼도 모두 잃는 가장 어리석은 행동이다. 단순히 친구에 대한 배신이 아니라 서민에 대한 배신을 뜻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정책 야합을 한 내용에 주목해야 한다. 그들은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이 중소상인과 농민들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힌다는 걸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홈플러스 같은 외국 유통 대기업과 국내 대기업의 골목상권 초토화 작전에 날개를 달아주는 독소조항을 갖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독소조항을 바꾸기 위한 전면 재협상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팽개치고 한나라당과 야합을 해버린 것이다.
민주당은 야합을 하면서 유통법 적용 범위를 기존의 재래시장 인근 반경 500m에서 1000m로 확대하는 데 합의했다. 이러한 합의를 한 뒤 박지원 원내대표가 ‘600만 자영업자에게 길이 열렸다’는 듯이 말했지만 이는 생색용에 불과하다. 재래시장을 보호하려면 유통법 적용 범위가 반경 2000m는 되어야 한다. 이제 재래시장은 얼마 남아 있지 않다. 전통시장 가운데 재래시장으로 인정 못 받는 곳도 많다. 재래시장 밖의 중소상인들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다. 바로 이들이 자영업자 가운데서도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다. 이들을 보호한다고 만든 법률이 상생법이지만, 보호는커녕 대기업의 기업형 슈퍼마켓(SSM) 출점의 길을 열어주는 구실을 하고 있다.
그동안 기업형 슈퍼마켓이 직영점인 경우만 조정 대상이 되는 걸 악용하여 대기업들이 가맹점 형태로 진출해서 골목상권을 무차별적으로 파괴해왔기 때문에 지난해 정기국회 때 가맹점도 규제하라는 여론이 들끓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이를 반영한다면서 상생법을 개정했다. 그런데 개정된 법은 기업형 슈퍼마켓을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합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지분 규정 때문이다. 대기업 지분이 51% 이하인 가맹점은 마음대로 문을 열 수 있도록 해놓은 것이다. 이 때문에 상생법은 무용지물을 넘어 ‘기업형 슈퍼마켓 허용법’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정말로 어처구니없는 규정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은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는 걸 모를 리 없는 민주당이 생색용으로 유통법 일부 규정만 합의하고 상생법의 가맹점 규정과 기업형 슈퍼마켓 허가제는 나 몰라라 했다는 건, 민주당이 말로만 ‘서민정당’을 외친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보여주는 증거이다. 지금이라도 민주당이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을 위해 싸우는 모습을 보이고, 문제가 되는 가맹점 규정 삭제와 허가제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상생법·유통법 개정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600만 자영업자와 300만 농민의 핵심적 요구를 계속 외면하면 한나라당이나 마찬가지로 민주당도 ‘반서민 정당’으로 심판받게 될 것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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