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이 원하는 ‘좋은 원석’이
괜찮은 학벌을 갖고 잘 투자된
준비된 응시자를 뜻하는 것이라면
‘전 국민 대상 공채’ 표현은 잘못됐다
신현민 학원 강사·서울시 은평구 갈현동
나는 아나운서라는 직업에 관심과 애정이 많은 사람이다. 한때 아나운서가 되고자 열심히 공부했고 언론에 대한 나름의 애정을 갖고 있었지만, 정말 높은 벽을 실감하고 아쉽게 교육계로 이직했다.
올 초부터 문화방송에서 야심차게 기획해서 기자회견까지 열고 본사 건물에 대형 펼침막까지 걸며 성대하게 시작한 창사 50주년 특별기획 아나운서 공개채용 프로그램 <신입사원>을 정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다. 2달 동안 돈 주고 방송을 내려받으면서까지 열심히 보았다. 문화방송 아나운서국에서 그렇게 강조하며 말하는 ‘좋은 원석’이 누구인지 궁금해서이다.
그러나 너무 기대를 해서일까? 방송 횟수가 거듭될수록 ‘그럼 그렇지’라는 생각이 든다. 전 국민 대상이라며 학력과 연령 제한 없이 응시원서를 받아만 주었지, 결국에는 준비 안 된 사람은 절대 안 뽑고 나름 따질 것 다 따진다는, 즉 아무나 안 된다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주었다.
‘원석’이란 국어사전의 의미로는 ‘가공하지 아니한 보석’이다. 좋은 원석을 찾아 문화방송만의 색을 입히겠다고 했지만, 5000명이 넘는 지원자 중 현재까지 남아 있는 지원자들은 같은 계열사 지역 아나운서와 대부분 사설 아카데미 등에서 나름의 준비를 한 젊은 아나운서 지망생들이다. 혼자 준비한 일반인들은 당연히 이들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물론 30대 후반의 여성 지원자가 있기는 하나, 그녀 역시 10여년 전 다른 지상파 방송 공채에서 최종단계까지 갔다는 실력자이다.
방송 초반 오디션을 통과했던 50대 아주머니나 30~40대 직장인들도 회를 거듭하면서 대부분 떨어져, 애초 ‘보통사람들도 누구나 꿈꾸는 직업인 아나운서가 될 수 있다’는 기획의도도 희미해졌다. 개인적으로 경기도 고양시에서 근무하는 청원경찰이 좋은 목소리와 안정되고 분위기 있는 자세가 좋아 원석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도 3차 이후에는 보이지 않았다.
1박2일 합숙 평가, 고난도 스피치 테스트 등은 다른 방송국에서도 그동안 시도했던 시험들이다. 역대 방송사 아나운서 시험사상 획기적으로 시도한 것이라고 볼 수가 없다. 기존 아나운서 시험과 크게 다르지도 않다. 아니, 오히려 더 독하다. 독한 질문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아나운서의 자질인가? 반문하고 싶다.
또 티브이 카메라 앞에 서서 당당히 자신의 논리를 말하는 것은 연습 안 된 사람들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것은 연륜과는 완전 별개이다. 이것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가르치는 사설 방송아카데미에서 비싼 수강료를 주고 배운 사람들만이 잘할 수 있는 ‘상위 인지’(metacognition)이다.
아나운서에 지원하는 ‘전형적인’ 후보들만 남아 있는 상황에서 시청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누리꾼들 역시 ‘신입사원은 안 보이고 기존 사원들만 보인다’, ‘문화방송 아나운서국을 위한 프로그램’이라는 등 비판적인 반응을 보인다. 화제성 측면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문화방송 아나운서국에서 원하는 ‘질 좋은 도화지, 좋은 원석’이 좋은 여건에서 괜찮은 학벌을 갖고 잘 투자가 되어서 인위적으로 가꾸어진 준비된 응시자를 뜻한다면, 애당초 ‘전 국민 대상의 아나운서 공채’라는 표현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전 국민 대상 공개 채용이라고 하지 말고, 차라리 ‘아나운서 공채시험 전 과정 방송사상 최초 특집 공개’라고 하는 것이 나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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