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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5.10 20:12 수정 : 2011.05.10 20:12

정은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

국가가 나서서 입양의 날을 기리는 일이 가져오는 사회적 손익을 생각해 본다. 혈연 위주의 편견이 만연한 사회에서 입양 가족이라는 소수자에 대한 인식의 저변을 넓히는 일이 ‘플러스’라면, 미혼모 가족 해체 문제를 밀쳐두어 결과적으로 입양이 필요한 아동을 양산할 수 있음이 ‘마이너스’일 것이다. 김도현씨는 7일치 왜냐면 ‘입양의 날 대 싱글맘의 날’ 글에서 후자에 집중하여 비판함으로써 문제의 근본을 치유하고자 한다. 입양 부모로서 나는 개인적으로 손익의 경중을 가릴 수 없으며 대항담론이 아니라 긴밀하게 병행해야 할 사안이라 생각하고 있다. 거대담론 밑에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 전체가 걸린 여러 겹이 무겁게 깔려 있기 때문이다.

입양 가족들의 최종 목표도 ‘입양이라는 단어가 없어지는 그날’이다. 생부모에게서 양육되는 것이 최선이며, 미혼모가 상황에 떠밀려 입양을 택하는 일이 없도록 근본적인 체제와 인식 개선이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혼모 가족의 결별이 사라지는 그날을 위해 투쟁하는 일이, 자칫 현존하는 수많은 시설아동들의 미래를 가로막는다면 복원할 길 없는 아이들의 삶은 어떻게 하나? 정의 실현의 드높은 목소리 아래 시들어가는 생명이 있을 때 이를 돌아보는 유연함과 섬세함이 필요하다. 입양은 차선이며 그중 해외 입양은 차차선이고, 최악은 시설에서 유년을 보낸 뒤 19살에 정착자금 200만원을 들고 홀로 사회에 나가야 하는 현실이다. 최악을 뿌리부터 잘라버리겠다고 차선마저 함께 쳐버린다면 그것이 진정 휴머니즘의 발로인지 물어야 한다.

미혼모의 척박한 현실과 마찬가지로, 시설에서 자라는 아이들과 입양 가정이 갈 길도 멀고 험하다. 가정 없이 자라는 아이가 단 한명도 남아 있지 않게 되는 그날까지, 온 국민이 나서서 ‘입양의 날’과 ‘싱글맘의 날’을 함께 기리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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