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5.03 20:26
수정 : 2011.05.03 21:28
환자가 ‘나쁜 존재’인가
한나라당의 위급한 상황을
‘중환자’에 빗댄 최경희 의원은
환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조경애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
지난 2일 4·27 재보선 결과를 평가하는 한나라당 국회의원 연찬회 자리에서 최경희 의원은 “한나라당은 응급실 중환자 수준”이라고 발언했다. 한나라당의 상황이 그만큼 위험하고 위급하다는 것을 비유한 것이라 이해할 수도 있지만, 위험하고 나쁜 상황을 ‘환자’에 빗대어 표현한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예전에 ‘암적 존재’라는 표현이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없어져야 할 나쁜 사람이나 상태, 어두운 곳에서 커가는 나쁜 세력 등을 표현한 말이었지만, 이러한 표현은 암 환자는 물론 환자 가족들에게까지 깊은 상처를 주었다. 그리고 이런 표현은 사라졌다. 장애인에 대한 표현도 그렇다. ‘절름발이’라는 표현이나 ‘장애가 되고 있다’는 표현도 지금은 쓰지 않는다.
왜 이런 표현을 쓰지 않을까? 왜냐면 그런 표현들이 환자와 장애인의 ‘인권’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그런 표현들은 환자나 장애인이 뭔가 부족하고 혐오스럽고 심지어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할 존재처럼 만든다.
이 세상에 병에 걸리고 싶어서 걸린 환자가 있을까? ‘응급실의 중환자’는 전부 나쁜 사람들일까? ‘환자’라는 이유만으로 ‘나쁜’ 존재로 취급받아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가 어떤 사람이든 어떤 인생을 살아왔든 중요하지 않다. 누구나 건강과 생명은 그 자체로서 존엄함을 인정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최경희 의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절름발이’라는 표현을 썼다가, 현장에서 장애인 국회의원들에게 질타를 받고 곧바로 사과까지 한 적이 있다.
환자를 ‘나쁜 것’으로 비유한 한나라당 최경희 의원의 발언은 환자의 인권을 침해한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다. 이에 대해 최경희 의원은 환자와 환자 가족에게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이제는 ‘질적으로 나쁜 상황’이나 ‘질적으로 나쁜 대상’을 ‘환자’에 비유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환자의 ‘인권’에 대한 우리 사회의 성찰이 좀더 깊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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